'황상무·이종섭 거취'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 갈등 격화 조짐

입력 2024-03-18 18:18:10 수정 2024-03-19 09:25:19

당, 두 사람 경질 요구에 대통령실, 입장문 발표로 반격 나서
양측 물밑 조율 실패 후 여론전 분석…극적 화해 연출할 수도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왼쪽) 이종섭 호주 대사. 연합뉴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왼쪽) 이종섭 호주 대사. 연합뉴스

여권이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과 이종섭 호주 대사의 거취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4·10 총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충돌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선거 국면에 두 사람의 거취문제가 악재로 작용할 경우 이른바 '중수청'(중도성향·수도권·청년) 민심이 돌변하면서 총선 전체를 망칠 수도 있어 더욱 조심스럽다.

정치권에선 가까스로 봉합에 성공한 이른바 '제1차 당정충돌'(영부인 사과 요구 국면)과 달리 이번에는 어느 한쪽이 체면을 구기는 정도의 격렬한 신경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번에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한 비대위원장은 박빙 또는 열세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수도권 총선 승리를 위해선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장본인인 이 대사 귀국·조사가 필요하다고 17일 대통령실에 주문했다.

한 위원장은 18일에도 오전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 "(이 대사 귀국·조사 관련) 어제 밝힌 우리 입장은 그대로 간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 위원장은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황 수석을 향해서도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셔야 한다"고 사실상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으로 반격에 나섰다. 황 수석 거취와 관련해선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강압이나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대사 귀국요구도 일축했다. 대통령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소환도 없이 국내에서 마냥 대기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실과 여당 사이 물밑 조율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자 양측이 언론을 동원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양측의 입장이 타협점을 찾았다면 대통령실이 여당 요구를 상대로 입장문을 내는 이례적인 상황은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총선 승리를 향해 달려가는 여당과 선거 국면 타개를 위해 '손발을 자를 수는 없다'는 국정최고책임자 사이의 갈등이 점점 더 첨예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양측 사이 전면전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총선 국면에서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반목하는 모습은 필패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에 여권에선 황 수석이 자진사퇴하는 선에서 돌파구를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황 수석의 경우 과실이 명백하고 자진사퇴 형식을 취할 경우 정권에도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대사의 경우는 상황이 좀 복잡하다. 외압 의혹에 대한 진술이 엇갈리고 있고 대사의 거취는 부임국과의 외교 사안이기도 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맞서는, '평시'라면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대통령과 여당 대표 두 사람의 인간적인 관계와 함께 총선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도 있기 때문에 극적화해의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