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 바보 취급하는 국민의힘", '깜깜이' 국민추천…흥행·감동 대신 분노만

입력 2024-03-17 17:25:46 수정 2024-03-18 11:04:20

억지로 연고 연결시켜 낙하산 공천…수개월 현장 뛴 예비후보들 '우린 뭐냐'
대구 북구갑에 30대 변호사 우재준, 동구군위갑엔 CJ제일제당 전 대표이사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14일 여의도 당사에서 공관위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14일 여의도 당사에서 공관위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4·10 총선 지역 선거구 공천 후보 선출을 위한 흥행 카드로 도입된 국민추천 프로젝트가 감동은 커녕 사실상 전략공천, 낙하산 공천의 도구로 전락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권 핵심과 인연을 내세운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지 않겠느냐는 우려와는 달랐지만 지역 정가에서 아무런 활동도 없이 본선 티켓을 따낸데 대해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국민의힘의 국민추천제 대상 지역 선거구는 서울 강남구갑·을, 울산 남구갑을 포함해 대구 북구갑·동구군위갑 등 총 5곳이다.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여겨지는 대구경북(TK) 지역 선거구가 2곳이나 포함됐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대구 북구갑에 30대 청년 변호사 우재준, 동구군위을에 CJ제일제당 대표이사를 지낸 최은석 등 2명을 선정했다.

2명 모두 대구 출신이지만 대구시민들에게는 사실상 '듣지도 보지도' 못한 후보다. 일각에서는 비례대표 지원자나 영입인사의 자리보전용으로 당선이 보장되는 대구 선거구에 국민추천공천제를 명분삼아 내려 꽂았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들이 어떤 인물인지, 무슨 이유로 공천했는지 대구시민들에게 설명과정도 없었다. 공관위가 해당 선거구를 국민추천제 대상으로 선정했다면 왜 선정했는지, 기존 후보들은 어떤 점에서 공천을 받기 미흡했는지 등 이유를 주민들에게 제대로 설명을 했어야 했다.

대구에서 중학교 다닌것 이외에 동구갑지역에 연고는 뭐가있는지, 경영자출신이라면 어떤 훌륭한 성과를 냈는지 등 추천한 당에서 설명을 하는 것이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국민추천제가 적용된 지역의 한 후보는 "오랫동안 지역을 누비며 표밭을 갈아 온 우리들은 뭐냐. 국민추천을 받았다는 후보들이 정치적 비전이 무엇인지, 지역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모르는데 유권자들이 용납하겠느냐"며 흥분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동료시민' 에 대한 개념과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 정치권 한 관계자는 "보수이념을 지키며 묵묵히 한 길을 걸어 온 후보와 지역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표밭갈이를 한 후보는 동료시민이 아니고 당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전향 좌파 인물들만 동료시민이냐"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전략공천의 수단으로 전락한 국민공천제와 신인 정치인의 진입을 가로막은 경선 시스템 등 국민의힘 '시스템 공천'은 실패작이라고 평가했다.

총선을 한달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당 공천장만 들고 지역에 내려와 당선되는 건 올바른 지역 정치 문화 형성에도 도움이 안 된다.

또다른 대구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 전략공천이란 이름으로 낙하산 공천이 횡행했던 TK 정치권은 유권자가 아니라 공천권자 입만 바라보는 정치인이 당선 뒤 여의도에서 존재감도 없이 지역과 괴리된 행태를 보이는데 실망을 거듭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추천제도 결국 이름만 바꾼 과거 전략공천과 다를 게 뭐가 있겠느냐"면서 "TK 정치권은 지역민에게 고마움을 느끼지도 못하고 정치 경력도 없는 '인턴 국회의원'만 모시게 됐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