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특위, 국민연금 개혁안 2개 발표
◆국민연금 재정 고갈에 근본적인 대안 되지 못해
◆KDI, 국민연금 분리안 다시 소환
국민연금 개혁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최근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 가지로 압축한 게 계기가 됐다.
'1안'은 소득대체율을 40%(2028년 기준)에서 50%로, 보험료를 9%에서 13%로 인상하는 안이다. '2안'은 소득대체율(40%)을 그대로 유지하고 보험료를 12%로 올린다. 1안은 소득 안정 효과, 2안은 재정 안정 효과에 역점을 뒀다.
하지만 1, 2안에 대해 재정 고갈 우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안한 국민연금 분리안을 논의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KDI 분리안은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해 '신(新)연금'과 '구(舊)연금'으로 분리해서 운용하자는 것이다.
◆개혁안, 연금 고갈 시기를 각각 7, 8년 늦출 뿐
국민연금은 1988년에 도입됐다. 도입 초기 노후 소득보장을 위해 소득대체율을 70%로 설정했고, 보험료는 소득의 3.0%만 부과했다. 초반에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파격적 혜택을 제시한 것이다. 이후 두 차례 연금 개혁이 이뤄졌고, 보험료율은 1998년 9%로 오른 후 26년 동안 제자리걸음이다.
그럼에도 재정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현재 제도가 유지되는 경우를 전제로 계산하면 적립기금은 2023년 1천15조원(GDP의 44.75)에서 2039년 1천972조원에 도달한 이후 점차 감소하다 2055년에 고갈된다.
공론화위 압축안 모두 보험료율 인상안을 담고 있다. 기금 고갈 시점도 조금 늦춘다. 1안(소득대체율 40%→50%, 보험료 9%→13%)을 택할 경우 기금 고갈 시점이 2062년으로 7년 미뤄진다. 2안(소득대체율 40% 유지, 보험료 9%→12%)을 택할 경우 2063년으로 8년 미뤄지게 된다.
두 안 중 어떤 안이 채택되더라도 1998년 이후 27년 만(내년부터 적용될 경우)에 보험료율이 높아지게 된다.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두고 보험료율을 인상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재정 안정론'과, 소득대체율을 올려 보장성을 올려야 한다는 '보장성 강화론'이 맞서고 있다.
1안에는 보장성 강화론의 주장이 적극 반영됐다. 2안은 보험료율 인상 폭이 1안보다 작은 대신 보장 수준은 현행 그대로 두는 것이 특징이다.
두 가지 안 중 1안이 채택되면 그동안 낮아지기만 하던 명목 소득대체율이 다시 높아진다는 의미가 있다. 명목 소득대체율은 1998년 1차 개혁 당시 70%에서 60%로 낮아졌고, 2007년 2차 개혁에서 다시 2028년까지 40%로 낮추기로 결정됐다.
하지만 두 가지 안을 두고 기금 고갈에 대한 위기 의식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1안은 연금 재정수지가 장기적으로 오히려 나빠진다. 2안 역시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 사이에 "기존에 논의되던 방안에 비해 연금개혁 효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공론화위의 개혁안에 부정적이다. 특히 연금 재정이 더 나빠지는 1안에 대해 더 부정적인 기류다. 정부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해 왔다. 정부 입장에 여당도 동조할 가능성이 높아 여야 합의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보험료 납부 연령 상향
국민연금을 64세까지 납부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압축안은 현재 만 59세까지 납부하는 보험료를 64세까지 납부하고 65세부터 받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60세 정년을 마친 직장인도 퇴직 후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64세까지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더욱이 60세 정년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조기 퇴직하는 직장인도 부지기수다.
노동계는 법적 정년연장과 의무가입연령, 수급연령을 모두 65세 수준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법정 정년인 60세를 65세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주요 근거가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의 일치였다.
따라서 국민연금 납부 연령 상향을 계기로 정년연장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해 8월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법정정년을 65세로 통일하자며 국회에 국민동원 청원을 냈다.
현재 국민연금을 수령하게 되는 나이는 63세이지만 2033년이 되면 65세로 연장된다. 하지만 고령자고용법이 정하는 정년은 60세다. 지금도 법정정년과 수급개시연령 사이에 3년이 차이 난다. 9년 뒤에는 간극이 5년까지 벌어질 수 있다.
한국노총은 "초고령사회 진입과 인구감소시대에 법정 정년연장은 시대적 당면 과제"라며 "특히 60세 정년 이후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까지 소득 공백으로 인한 노후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최소 2033년까지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늘려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년연장은 경영계와 정부 여당 등에서 상당한 부담을 갖는 탓에 연금 개혁안과 완전하게 연동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KDI, 국민연금 분리안 새롭게 관심
공론화위의 압축안이 재정 고갈에 크게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KDI가 지난 2월 제안한 국민연금 투 트랙안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KDI는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해 '신(新)연금'과 '구(舊)연금'으로 분리해서 운용하자고 제안했다.
신연금은 '기대수익비 1'이 보장되는 완전적립식 연금이다. 매우 낮은 합계출산율에도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이다.
신연금 이전에 납입한 보험료에 대해서는 구연금 계정으로 분리한다. 개혁 이전의 기대수익비 1 이상의 급여 산식에 따라 연금을 지급한다. 연금 급여 총액을 충당하지 못해 미적립충당금(재정부족분)은 일반재정이 보장한다.
당장 개혁할 경우 구연금 재정부족분의 현재가치는 올해 기준 609조원(GDP의 26.9%)으로 추정됐다.
신연금이 도입되면 연금 재정이 항구적으로 안정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신연금 보험료율은 15.5% 내외까지만 인상해도 40%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할 수 있다.
단만 신연금의 급여 산정 방식이 변해야 한다. 현행 확정급여형(DB형)에서 연금 수급 개시 시점에 수급액이 결정되는 확정기여형(DC형)으로 바꿔야 한다.
◆연금 개혁 어떻게 진행되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 산하 공론화위는 지난 1월 31일 출범했다. 국회 특위는 임기 종료(5월 29일) 전에 합의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공론화 절차는 2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1단계에서는 연금개혁에 대한 주요 이해관계자인 근로자·사용자·지역가입자·청년을 대표하는 50명으로 '의제숙의단'을 구성했다. 의제숙의단이 토론에 부치는 의제를 구체화한다. 이번에 제안한 두 개 안이 바로 그것이다.
2단계에선 인구비례로 선발된 시민 500명으로 '시민대표단'을 구성한다. 이들이 1단계에서 구체화된 의제를 학습·토의한 이후 설문조사에 참여해 최종 보고서를 특위에 제출한다.
공론화위가 논의할 의제는 모수개혁뿐 아니라 구조개혁 방안까지 포함된다. 모수개혁은 소득대체율·보험료율, 수급연령 등의 숫자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구조개혁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여러 종류의 연금 간 관계를 조정해 노후소득 보장 구조 전반을 재설계하는 보다 큰 틀의 개혁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깊이 있는 숙의와 여야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여야는 이번 국회 내에 연금개혁안을 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공론화위가 4·10 총선 직후 최종 보고서를 특위에 제출하면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5월 29일 전까지 여야 합의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주호영 연금특위원장은 "총선이 끝나면 바로 공론화 결과를 제출하도록 해 특위에서 결론을 낼 것"이라며 "국회 임기가 끝나면 절차를 처음부터 새로 밟아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21대 국회 안에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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