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 살린다 해놓고, 지방 공중보건의 서울 빅5 병원으로 파견?

입력 2024-03-11 15:19:58 수정 2024-03-11 21:52:21

"지방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가중시킨다" 비판

경북 영양군보건소 전경. 매일신문DB
경북 영양군보건소 전경. 매일신문DB

정부가 의료계 집단 행동으로 발생한 공백 해소를 위해 지역 의료계에 근무하는 공중 보건의(공보의)를 차출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은 지방 의료 접근성 개선 등을 위해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오히려 지방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보건소, 공공병원 등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 138명(전문의 46명, 일반의 92명)을 11일부터 4주 간 서울대병원·세브란스·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보병원 등 이른바 빅5 상급종합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울산·부산·전북·전남대병원 등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경북에선 전문의 5명, 일반의 18명 등 총 23명이 각각의 기관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전국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유일한 광역 지자체'인 경북에선 시·군 보건소, 공공의료원 등에 근무하는 '공보의'가 차지하는 역할이 매우 크다. 하지만 최근에는 군 복무 기간 단축 등의 영향으로 의대생들이 현역병 입대를 선호하는 상황 속에서 일부 보건지소에는 공중보건의를 배치하지 못하는 등 의료 공백 발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3월 기준 경북에 배치된 전체 공보의는 총 495명으로 2022년 9월(516명)에 비해 21명(4.1%) 감소했다. 특히, 의과 공보의는 2014년 372명에서 지난해 250명으로 32.8%(122명)나 줄었다.

이 같은 이유로 공보의가 배치되지 못한 일부 보건지소에선 궁여지책으로 가까운 보건(지)소에서 순회 진료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북도는 지역에 배치된 공보의의 빅5 상급종합병원 등으로 파견이 결정된 이후, 지역 각 시·군 보건(지)소와 공공병원 등에 배치돼 있는 정확한 공보의 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 파견되는 공보의들의 소속기관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공보의는 "지방 의료를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의대 정원을 증원한다고 한 정부의 발표와는 정반대의 행보"라며 "파견 기간이 11일부터 4주 간이라는 점도 총선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도서지역·응급의료기관 등 긴급한 의료 수요가 있는 지역이나 기관에서의 차출은 가급적 배제하고 순환근무를 통해 진료 불편 공백을 메꿔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