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 파동으로 정권 심판론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이재명 대표, 3월 들어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
◆한 위원장, 순조로운 공천 관리에다 윤 대통령 지지율 반등
4·10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권 심판론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줄곧 제기한 총선 프레임이다. 국민 10명 중 6명이 윤석열 정부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권 심판론이 작동할 경우 야권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야권이 기대하는 만큼 정권 심판론 프레임이 선거의 이슈가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공천 파동으로 적전 분열 양상을 보이는 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넘어서면서 정권 심판론이 작동할 토양이 척박해졌다. 야권의 마음이 급해지는 이유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3월 들어 윤석열 정부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동안 주춤하던 정권 심판론을 다시 이슈의 중심에 올리려는 의도다.
7일 경기 양평군 강상면 일대를 찾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앞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일부 언론을 전방위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겨냥해 "심판해야 바뀐다. 심판하면 바뀐다. 무능, 무도, 무책임 윤석열 정권을 이번에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며 정권 심판론에 불을 붙였다.
민주당은 이날 자당 공천을 '사천'이라고 언급한 한동훈 위원장과 문화일보 기자를 허위사실 기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또 대변인 6명과 부대변인 12명을 추가로 임명했다. 대여 공세를 펼 공격수 비중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민주당, 적전 분열
이 대표가 주도하는 민주당 공천이 '비명횡사, 친명횡재'로 진행되면서 당내 분열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 정권 심판론을 앞세우고 싶어도 당 공천 후유증 관리 탓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6일 발표한 4∼6차 경선 결과 지역구 현역 의원 11명 가운데 무려 7명이 탈락했다. 강병원(재선·서울 은평을)·김한정(재선·경기 남양주을)·박광온(3선·경기 수원정)·윤영찬(초선·경기 성남중원)·이용빈(초선·광주 광산갑)·전혜숙(3선·서울 광진갑)·정춘숙(재선·경기 용인병) 의원이다. 이중 이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비명계로 분류된다.
비명계 현역 의원들이 친명계 인사들의 '습격'에 줄줄이 무릎을 꿇은 모습이다.
직전 원내대표였던 비명계 박광온 의원은 수원에서 민주당 강세에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한 중진이다. 박 의원이 경선에 패하면서 수원 방어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충북 청주상당에선 친문 핵심 인사인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낙천했다.
비명 현역과 친명 도전자 간 경선을 두고 비명계 의원들의 고전은 예상됐으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참패를 당했다. 그야말로 대참사를 당한 셈이다.
친문계 핵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컷오프(공천 배제)에도 당 잔류 결정을 함에 따라 한풀 꺾인 계파 대립이 재차 고개를 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친문 홍영표 의원이 컷오프에 반발해 6일 탈당했다.
반면 조정식 사무총장 등 지도부에 속한 주요 인사 23명 중 21명이 경선 없이 본선행을 티켓을 확보했다.
'친문·비명횡사, 친명횡재'로 당이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정권 심판론에 당이 혼연일체가 돼야 함에도 당이 분열 양상을 보이면 오히려 '야권 심판론' 프레임에 역공을 당할 수 있다.
이재명 대표가 정권 심판론 작동을 위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선거 연대하는 것도 자칫 '이·조 사법 리스크' 프레임을 강화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국 국가 대표 축구팀이 요르단에 패한 원인이 외부가 아닌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으로 인한 분열이었다. 민주당이 공천 갈등으로 인해 내부 분열을 일으키면 정권 심판론도 작동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동훈 위원장의 공천 관리 및 대통령 지지율 상승
한동훈 위원장이 공천 관리를 순조롭게 하고,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을 보이면서 정권 심판론 프레임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일찌감치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며 공천 불복에 대한 관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을 비롯해 홍문표, 김희국, 이달곤, 김웅, 윤두현, 최춘식 의원 등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시스템 공천 결과 6일 현재 현역 의원 교체율이 31.5%로 나타났다. 4년 전 43.5%에 비해 12%p 낮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경선 결과까지 반영하면 현역 교체율이 35%대까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텃밭인 대구경북(TK) 현역 교체율도 4년 전 20개 의석 중 11명이 교체돼 55%였지만 올해는 현재까지 25명 중 9명(36%)이 교체됐다.
교체율은 떨어지지만 과거 총선마다 공천 잡음 불씨가 된 공천 배제 현역 의원의 거센 반발이나 탈당이 최소화된 건 장점이다. 공천 막판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있지만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다.
이는 극심한 공천 갈등을 겪고 있는 민주당과 대조된다. 반면 '현역 기득권을 지키는 무(無) 감동·무 쇄신 공천'이라는 비판도 공존한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우리의 '조용한 공천'은 보이진 않지만, 많은 분의 감동적인 희생과 헌신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끝까지 보면 많은 쇄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일부 텃밭 지역구에 '국민추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 강남갑과 강남을, 대구 동·군위갑과 북갑, 울산 남갑 등 5개 지역구에서 진행한다. 참신하고 능력 있는 청년·여성·정치 신인 등에게 문호를 넓히는 동시에 공천 흥행몰이까지 노리는 취지로 도입됐다.
또 이 대표에게 양자 TV토론을 거듭 요구하는 등 야당을 거칠게 몰아세우고 있다.
이처럼 한 위원장이 공천 및 선거 관리 능력을 보이면서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도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례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한 위원장과 이 대표가 대결할 때 후보 적합도는 한 위원장이 33%, 이 대표는 30%로 집계됐다. '적합후보 없음'을 택한 사람은 34%였다.
두 사람은 직전 여론조사에서 후보 적합도 36%로 동률이었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두 사람 모두 수치가 떨어졌다. 한 비대위원장은 3%p, 이 대표는 6%p 하락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차기 대선을 두고 두 사람이 팽팽한 경쟁을 이어가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정권 심판론이 약해지는 부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여기에다 윤석열 대통령의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40%대로 나타나고 있다. 30% 초중반에 불과하던 지지율이 선거를 앞두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의대 정원 확대 등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슈에 대해 원칙을 갖고 대응하는 게 지지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이번 총선의 최대 이슈를 정권 심판론으로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야권은 내부적으로 공천 갈등, 외부적으로 여권의 순조로운 공천 관리 등으로 정권 심판론이 불거질 토양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야권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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