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의상은 강력한 의사소통의 도구이며 자기가 속한 사회 집단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 주고, 또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의상의 디자인과 스타일은 사회 계층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기에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자기가 속한 사회적 계급에 따라 옷을 입는 방식이 달랐으며, 따라서 옷은 종종 자신의 사회적 지위, 부, 그리고 직업을 드러내기도 했다.
부유한 상류층들은 고급 소재로 자신의 취향이나 지위를 보여 주는 정교하고 세련된 스타일의 의상을 착용했으며, 반면에 하층민들은 보통 기능을 우선시해 값싼 소재의 단순하고 실용적인 옷을 입었다. 전반적으로 의상은 사회 계층을 상징하는 동시에 계층을 분리해 사람들의 정체성과 표현을 넘어서는 미묘한 관심사와 이해를 반영하고 있다. 한 예로써 일부 사회에서는 사회 계층이나 계급에 따라 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복장을 규제하는 법을 시행했다. 이런 복식법은 종종 계층에 따라 옷감의 재질, 색상, 스타일을 규정하여 사회의 계층화를 강화했다.
고대 로마의 사치금지법이 바로 그런 것이다. 고대 로마에서 만들기가 가장 어렵고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염료의 색상 중 하나는 자주색(purple)이었으며, 그중에서도 색이 더 선명한 티리안 자주색(Tyrian purple)은 만들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이 티리안 자주색은 기원전 16세기 고대 페니키아인에 의해 처음으로 만들어졌으며, 티레를 중심으로 이 염료의 무역이 이뤄졌다. 기원후 2세기에 활동했던 그리스의 학자이자 역사가인 율리우스 폴룩스가 기록했다는 전설에 따르면, 페니키아의 신인 멜카르트가 자기의 개를 데리고 연인인 요정 티로스와 함께 해변을 산책하던 중, 껍질에 뾰족한 돌기가 난 바다 달팽이를 물었던 개의 입이 자주색으로 물들자, 멜카르트는 즉시 개의 입에서 추출한 염료로 가운을 염색하여 티로스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전설에서와 같이 로마인들이 자주색 염료를 얻기 위해 사용한 무렉스 블란다리스라는 바다 달팽이는 지중해 동부의 페니키아가 원산지인데, 티리안 자주색 염료 28그램 정도를 얻기 위해서는 수천 마리의 달팽이가 필요했다고 하며, 어떤 사람은 무려 25만 마리의 달팽이가 필요했다는 말도 한다. 따라서 자주색 염료로 만든 옷은 엄청나게 비쌌으므로, 이 색은 곧 권력과 명성의 상징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꼭 부유하고 권력이 있는 사람들만이 입었다는 건 아니고, 때로는 평민들도 자주색이 들어간 옷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로마의 상류층에게는 마뜩잖았기에, 결국 그들은 자주색 옷을 입는 것을 규제하는 사치금지법을 만들었다고 한다. 즉 자주색이 들어간 옷은 가격이 비싸므로 엘리트 로마인만이 입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오직 황제만이 전체가 자주색인 옷을 입을 수 있었으며, 황제가 주고 싶은 사람만 입을 수 있었다. 원로원 의원들의 경우에는 예복에 티리안 자주색의 줄무늬를 넣을 수 있었으며, 일부 엘리트들은 테두리만 자주색으로 된 옷을 입을 수 있었다.
자주색은 비잔틴 제국에서도 높임을 받았다. 통치자들은 하늘거리는 자주색의 예복을 입고, 자주색 잉크로 칙령에 서명했고, 그들의 자녀들은 '자주색으로 태어난 아이'로 불렸다고 한다. 지금 태어났다면 금수저로 불렸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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