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엔비디아, AI 반도체 '합종연횡' 독주 막을까

입력 2024-02-22 13:09:44

엔비디아 4분기 실적 전망치 크게 웃돌아 서버용 반도체 판매 호조
AI 반도체 첨단제조 설비 구축한 삼성전자·TSMC 중심 동맹 구축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전경. 매일신문DB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전경. 매일신문DB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도기업 엔비디아의 성장세가 '파죽지세'다. AI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기업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AI 업계 연합전선 구축이 엔비디아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3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

엔비디아는 작년 4분기 기준 221억 달러(약 29조5천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주당 순이익은 5.15 달러로 집계됐다. 당초 시장조사기관인 LSEG(런던증권거래소그룹)이 예상한 매출 206억2천만 달러를 크게 웃돌았고 주당 순이익 전망치 4.64 달러를 뛰어넘은 수치다.

엔비디아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5% 급증했고, 총이익은 122억9천만 달러로 769% 늘었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해 2·3분기에도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첨단 AI반도체 수출이 제한되면서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을 감소했다. 반면 H100 등을 비롯한 서버용 AI 반도체 판매는 호조세를 보이면서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가속 컴퓨팅과 생성형 AI가 임계점(tipping point·티핑 포인트)에 도달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기업, 산업, 국가 전반에 걸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80% 이상으로 추정된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이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 CEO는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공급량을 늘리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하루아침에 충분한 수량을 공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 AI 반도체 '합종연횡' 활발

생성형 AI 챗GPT를 개발한 오픈 AI 등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AI 반도체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에 특화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과 연합전선도 구축도 활발하다.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는 AI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애플을 비롯한 주요 고객사의 AI와 고성능컴퓨팅(HPC) 관련 수주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3나노 제조 공정을 대규모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우위를 보이는 SK하이닉스와의 협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암)의 차세대 시스템온칩(SoC) 설계 자산을 자사의 최첨단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파운드리 공정에 적용할 예정이다. Arm은 AI 반도체 업계에서 주목받는 글로벌 기업 중 하나로 삼성전자와 10년 이상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삼성전자는 GAA 공정으로 안정적인 3나노 양산과 2나노 개발을 지속해 AI 가속기 등 빠르게 성장하는 응용처의 매출 비중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이 외에도 최근 삼성전자는 인간 지능에 가까운 범용 인공지능(AGI) 전용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AGI 반도체 개발 조직 'AGI컴퓨팅랩'을 신설했다.

한편, AI 수요 확대로 파운드리 시장도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률을 연평균 13.8%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TSMC와 삼성전자가 세계 첨단공정을 주도하고 있으며, 두 기업 모두 2025년 2나노 기술 양산을 목표로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