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제로' 철강 생산…포스코, 제2 전성기 연다

입력 2024-02-21 11:15:23 수정 2024-02-21 20:58:26

현재의 제철소를 수소환원제철소로 모두 전환 계획…40조원 투입 전망
탄소중립 달성과 더불어 고품질 철강제품 생산에 최적의 기술로 평가

포스코 본사 전경. 매일신문DB
포스코 본사 전경. 매일신문DB

포스코가 석탄을 사용하지 않는 제철기술을 통해 '제 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1973년 포항제철소 종합준공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4년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철강사로 이름을 알린 포스코가 설계하는 새로운 50년의 핵심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개발중인 수소환원제철기술이다.

앞으로 고로 등 기존 생산방식을 단계적으로 전환해 수소환원제철 생산체제를 완성하는 것이 기술의 종착점이다.

기술의 태동은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과 경쟁심화로 글로벌 톱 티어 경쟁사들과의 격차가 점차 축소되면서 과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변신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꿈틀댔다.

포스코 김학동 대표이사 부회장은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 ESG 경영의 대두, 지정학적 갈등 심화 및 탈글로벌화 등 불확실성이 일반화된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어떠한 전략으로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며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시대의 변혁에 대응하고 미래 경영을 선도하기 위한 새로운 이정표가 필요하다"고 했다.

포스코는 지난달 26일 포항제철소에서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는 지난달 26일 포항제철소에서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포스코 제공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현재

포항제철소에서 나오는 쇳물은 철광석과 석탄을 고로에 함께 넣고 열풍을 주입해 석탄을 연소시킴으로써 철광석의 환원반응을 일으키는 원리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슬래그 등이 부산물로 남는다.

이해 반해 수소환원제철은 수소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환원제 역할을 하기에 탄소배출 걱정이 없다. 고로 방식과 달리 순수한 물(H20)만 남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소환원제철이 상용화하면 제철소의 상징인 고로가 사라지고, 철광석과 석탄을 고로에 넣기 적절한 형태로 가공하는 소결 공장과 코크스 공장 역시 없어지게 된다.

포스코는 고유의 '파이넥스(FINEX)'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한 포스코형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를 바탕으로 수소환원제철 상용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파이넥스는 원료를 예비처리하는 공정을 생략하고 가루형태의 철강석과 유연탄을 바로 사용해 쇳물을 만드는 설비다.

하이렉스 공정은 전 세계 철강사 가운데 포스코만이 가진 것으로, 고품질 철강제품을 생산하는데 있어 최적의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포스코는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오는 2026년 도입해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하고, 2030년까지 하이렉스 상용기술 개발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이어 2050년까지 포항·광양제철소의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해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2050년까지 하이렉스 도입 등 탄소중립 전환비용은 약 4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내에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건설하고, 저탄소 원료인 'HBI(Hot Briquetted Iron)' 사용을 확대하는 등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광양제철소는 2026년부터 본격 가동 예정인 전기로에서 저탄소 고급강 생산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통해 포스코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저탄소 제품 1천만t 공급 체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또 2050년이면 연 700만t의 수소도 생산 가능할 전망이다.

고로, 파이넥스, 하이렉스 각 공정 특성에 따른 철강생산 과정. 포스코 제공
고로, 파이넥스, 하이렉스 각 공정 특성에 따른 철강생산 과정. 포스코 제공

◆국가기간산업, 철강업 정부차원 지원 필요

'수소환원제철' 완성은 포스코의 의지 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50년 전, 정부가 일관제철소 건설 추진에 사활을 걸었던 때와 같은 국가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당시 정부가 발벗고 나서 부지조성, 철도, 항만, 댐 등 각종 인프라 구축 및 철강공업 육성법 등으로 제철소 건설을 적극 지원한 덕분에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고, 이번 수소환원제철 완성도 이와같은 맥락에서 검토돼야 한다는 게 포스코 측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관련 지원책 마련에 시동을 걸었다.

수소환원제철 지원과 관련해 세계 각국에서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아르셀로미탈의 함부르크 공장에 750억원 규모를, 독일 연방 및 주정부는 제철사 잘츠기터에 1조4천억원을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EU는 스웨덴 철강기업 사브(SSAB)에 혁신기금 1천900억원을 내놓으며 친환경 철강생산 방식 전환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일본은 산업 전반의 탈탄소 전환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및 실증 설비 투자 지원, 그린스틸 생산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 등을 서두르고 있다.

◆기술 적용을 위한 제철소 지역의 과제

포항제철소는 수소환원제철 건립을 위해 인접 공유수면 135만㎡(약41만평)을 매립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9월 인허가 완료, 2027년 호안축조, 2033년 수소환원제철 고로 포항 1기 준공이 사업 목표다.

포항은 포스코홀딩스 본사 소재지 이전 문제, 미래기술연구원 성남 분원 철회 등 여러 갈등으로 인해 부지조성을 위한 인허가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타임 테이블에 따른 목표달성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매립에 따른 환경변화 등을 우려하는 환경단체들의 반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에 지역에서는 철강전문가이자 지역이해도가 높은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이 이번 사업추진에 있어 큰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장 전 사장이 포항시와 손잡고 상생의지를 새롭게 다질 것으로 보인다. 그 시작점이 수소환원제철 부지조성의 성공적인 인허가 획득이 되면 더 좋겠다"고 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많은 주민이 '친환경 수소환원제철 자체는 환영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환경 변화가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전하고 있다"며 "결국 포스코가 어떻게 주민들에게 신뢰를 얻을지가 이번 사업의 중요한 관건"이라고 했다.

반면 광양제철소는 지난 2023년 부지를 확보한 덕분에, 2034년 수소환원제철 고로 1기 준공 추진이 보다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22년 광양시와 동호안 매립지역 규제철폐 등을 포함한 대규모 투자로드맵을 준비한 것이 사업 속도감을 높였다고 포스코 측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