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지만…미·적분 몰라" 수학 배우러 학원·과외 찾는 대학생 속출

입력 2024-02-15 16:52:58 수정 2024-02-15 21:51:53

이공계 필수 수학 학문 배우지 않고 입학한 영향
부담 큰 단과학원 대신 온라인 강의, 과외 찾는 학생도
대학도 수학 능력 기르기 위해 팔 걷어…특강 나서

지난해 대구의 한 학원 외벽에 붙은 재수 선행반 모집 현수막 앞으로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련 없음. 매일신문DB
지난해 대구의 한 학원 외벽에 붙은 재수 선행반 모집 현수막 앞으로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련 없음. 매일신문DB

지난해 대구의 한 4년제 대학 공과대에 입학했던 A(21) 씨는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자퇴했다. 수능 성적에 맞춰 공과대에 입학했지만 '공업 수학' 강의를 따라가기 너무 벅찼던 탓이었다.

고교 시절에도 수리 영역이 약해 수능 시험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고, 결국 외면했던 수학이 뒤늦게 발목을 잡은 격이 됐다.

A씨는 "수업에 따라가려고 단과학원 등록도 고민했지만 창피하기도 했고 맞지 않는 공부에 더 이상 돈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면서 "같은 과 동기들 중에서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수학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단과학원이나 온라인 강의, 과외 등을 전전하는 이공계열 대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공계열에 필수적인 미·적분이나 기하 과목을 배우지 않고 대학에 입학하는 사례가 늘어난 탓이다.

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이공계 대학생의 수학학원 행'은 5~6년전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정원을 채우려는 대학들이 문·이과 교차지원을 허용하면서 수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이공계열로 입학한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송원학원 관계자는 "일부 대학에서 미·적분과 기하 과목을 택하지 않아도 지원이 가능하도록 문턱을 낮추면서 일부 학생들은 확률과 통계 등을 선택해 입학한다"며 "이렇게 이공계로 입학한 학생은 강의 내용을 따라갈 수 없어 수학 과목만 들을 수 있는 단과 학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단과학원 대신 온라인 강의나 과외를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약학계열 대학생 B(21) 씨는 "최근 대학생들이 사용하는 과외 애플리케이션에 대학생인 본인을 가르쳐줄 과외 선생님을 구한다는 글이 꽤 올라온다. 대개 수학 과외를 받고 싶다는 글"이라고 했다.

또 다른 대학생 C(20) 씨도 "단과학원의 경우 고교생과 수업을 같이 들어야 해 쑥스럽다. 학원이나 과외 보다는 메가스터디나 이투스 등 온라인 수학 강의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아예 대학이 수학 학습을 지원하는 특강을 개설하기도 한다. 대구가톨릭대는 올해부터 창의융합대학을 설립, 기초 수학이나 화학, 물리 등 교과목을 편성해 학생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영남대도 '기초학력강화프로그램(TA·Teaching Assistant)'을 통해 기초 수학, 미적분, 통계학, 물리학 등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고 대구대도 기초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이 수강할 수 있도록 BSM(Basic Science and Mathematics) 교과를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다른 지역 내 4년제 대학들도 이공계 및 자연계 학생을 위한 단계별 교양교육과정을 편성하거나 아예 '공업 수학' 강의를 더 쉽게 바꾸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 같은 대학생의 수학 따라잡기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오는 2028학년도 수능에서는 '심화수학'을 포함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차상로 송원학원 진학실장은 "심화수학이 수능에서 사라지면 대학생들이 대학 수학 강의를 들을 많이 힘들어할 것"이라며 "이제 대학이 나서 직접 수학을 가르쳐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