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곳곳 공공산후조리원 건립 붐..."저출생 잡는 효자"

입력 2024-02-13 16:02:51 수정 2024-02-20 09:55:34

"공공산후조리원이 출산 결정에 큰 도움 됐어요"

8일 경북 김천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 창밖에서 신생아 아빠가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8일 경북 김천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 창밖에서 신생아 아빠가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경북 문경에 살고 있는 김예지(31·여) 산모는 출산을 세 달 정도 앞두고 산후조리에 대한 고민을 덜었다. 시댁과 친정 모두 가까운 곳에 있는 상주 공공산후조리원이 지난해 말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산후조리원에 대한 정보가 없던 임신 초기에는 멀리 대구나 김천으로 산후조리를 갈 생각이었다. 당시만 해도 면회를 올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다행히 가까운 곳에 산후조리원이 생겨 이곳으로 예약을 신청할 예정이다.

그는 "산후조리원 출신까지 따지는 분위기에 산후조리원에 대한 고민이 깊었지만, 최신식 시설에 150만원 안팎으로 입원비도 저렴하다. 무엇보다 집과 가까워 고민할 필요 없이 상주 공공산후조리원에 입원하기로 쉽게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경북에 '공공산후조리원' 건립 붐이 일고 있다. 도내에 들어선 공공산후조리원은 출산을 고민하거나 앞둔 산모들의 출산을 장려하는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왜 공공산후조리원인가?

7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도내에는 김천, 상주, 울진 등 3곳에서 공공산후조리원이 운영되고 있다. 올해는 예천에 공공산후조리원이 문을 열 예정이며 영주, 의성, 영천 등도 잇따라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전날 찾아간 상주 공공산후조리원은 그야말로 최식신 시설을 갖춘 산후조리원이었다. 전국에서는 2번째, 도내에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 산후조리원은 모자실 13실에 쌍둥이실까지 14명의 신생아가 입원이 가능했다. 신생아실과 수유실, 안마 휴게실, 프로그램실, 황토찜질방, 운동실 등을 갖추고 있었다. 산모들이 이곳을 편하게 이용하며 출산으로 지친 몸을 회복하고 있었다.

신생아는 의료진이 3교대로 24시간 돌본다. 산모가 회복하는 동안 안심하고 아이를 볼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공공산후조리원이 싼 입원비에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있다보니 산모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민간 산후조리원 일반실 평균 이용료(2주 기준)는 326만원이지만 공공산후조리원 이용료는 절반 수준인 평균 171만원으로 저렴하다.

이 때문에 공공산후조리원에 대한 산모들의 호응은 상상 그 이상이다. 김천 공공산후조리원은 두 달 전부터 예약을 받는데 1~2분 만에 예약이 조기에 끝나기 일쑤다. 지난달 2일 문을 연 상주 공공산후조리원도 지난달에만 19명의 산모가 시설을 이용하고 나갔다.

임신 23주 차에 들어선 산모는 "아이를 키우는건 차후 문제고, 애기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입원하는데도 지출이 많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2년 전부터 남편과 출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주에 출산정책과 공공산후조리원 개원한다는 얘기를 듣고 긍정적으로 출산을 결정하게 됐고, 상주에서 경북도청 신도시로 이사를 했다가 상주로 다시 이사를 한 후에 출산 예정일을 계산해 출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산 지원 절실

공공산후조리원이 산모들의 고민은 덜어주고 있지만, 시설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넘어야할 과제들이 쌓여 있다. 무엇보다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상주 공공산후조리원의 경우 올해 약 10억원 예산이 투입된다. 24시간 인력이 필요한 시설이다보니 간호사, 간호조무사, 조리사, 미화원, 행정직원 등 필수인력 대부분이 3교대를 시행 중이다. 인건비로만 상당한 비용이 지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공성을 띤 산후조리원이라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입원비가 저렴하다보니 산모와 신생아 식대나 육아용품까지 운영비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다.

공공산후조리원 관계자들은 "예산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 보다 많은 산모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하는 기관에서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보고 판단해 예산을 증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 지원도 절실하다. 공공산후조리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지만, 지자체 재정 부담이 만만찮다. 지난해 6월 기준 전국에 설립된 공공산후조리원은 모두 18곳으로 전체 산후조리원 469곳의 3.8%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민간 산후조리원은 인구 20만명 이상 규모의 도시들 위주로 분포돼 있다. 앞으로 정부가 인구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부터 차근차근 공공산후조리원을 늘리고 예산 지원에 나서는 등 산후조리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7일 경북 영천시 '제이병원'에서 산모 황O진 씨가 열흘 전 출산한 딸 황보아 양을 쓰다듬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7일 경북 영천시 '제이병원'에서 산모 황O진 씨가 열흘 전 출산한 딸 황보아 양을 쓰다듬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