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순서대로 세배를 하고, 윷놀이를 즐기는 설 명절 풍경이 사라지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하지만 너무 급격하게 바뀌는 것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명절 트렌드의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2024년. 세대별 생각은 어떠할까. 이번주 [주말&]은 달라지는 명절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40세 이상 20명, 40대 미만 2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
◆차례상 간소화? 붓글씨 대신 아이패드 지방?
주말&=요즘은 고인이 평소에 좋아했던 음식을 올리거나 제사상 차림을 간소화하는 집이 늘어나는 추세래. 뿐만 아니라 좌포우혜·어동육서 같은 전통 제사상 차림도 사라지고 있다고. 차례상 변신에 대한 생각은 어때?
전진순(59)=난 좋아. 고인이 평소 즐기던 음식과 자식, 손자들 좋아하는 음식으로 즐겁게 보내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해
문oo(45)=맞아. 유교적인 사상은 중요하지만 합리적 판단과 사고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차례나 제사는 치열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한 번씩 모여 가족과 대화하고 온기를 나누는 세리머니였으면 좋겠어.
강ㅇㅇ(43)=최근에 큰 고비를 넘기고 깨어나신 아빠가 나중에 다 나으면 탕수육에 소주 한 잔을 하고 싶다고 하셨어. 아빠는 영영 못 드실 그 음식을 나중에 올리고 싶을 것 같았어.
주말&=그럼 이건 어때? 붓글씨 대신 아이패드에 지방을 써서 올린 제사상 사진이 최근 SNS에 떠돌아 설왕설래가 오갔다고 하네.
백현자(50)=조기, 문어까지 다 하면 제사상차림에만 70~80만 원이 들어. 상차림을 간소화하는 데에는 적극 동의해. 하지만 아이패드를 올리는 건 좀 지나친 것 같아.
김종무(63)=적정 선에서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
최창화(57)=맞아. 지나친 것들을 할 바에는 아예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주말&=연령대가 높아도 실용적인 차례상을 원하는구나. 단 지킬 건 지키자는 의견인 거네. 그렇다면 젊은 친구들은 어때?
정소현(26)=나도 비슷해.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셨던 음식에 맞추어 간소화하는 것엔 적극 찬성이야. 하지만 아이패드로 지방 쓰는 것이나, 컴퓨터로 온라인 제사를 치르는 것 등은 너무 가벼운 게 아닌가?
최현식(25)=맞아. 최소한의 관례는 지키는 게 맞지 않을까.
한oo(22)=아니. 난 좀 생각이 달라. 제사 음식에 형식을 안 따지는 것처럼 아이패드로 지방을 쓰거나 온라인 제사를 지내는 것도 새로운 문화 아닐까. 바쁜 현대 사회에 자식들이 편하게 하는 걸 조상들도 좋아하리라 믿어.
유지수(28)=우리 집만 해도 그래. 제사나 명절에 다 모이는 게 예전만큼 쉽지가 않아. 아예 참석 안 하는 것보다는 영상통화나 원격으로라도 얼굴 비추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저번에 해외로 나간 사촌 오빠에게 영상통화로 차례상에 절하라고 하기도 했어.
주말&=의견을 모아보자면 제사상차림은 간소화해도 되지만 아이패드 지방이나 원격 제사는 선 넘은 것 같다는 의견이 많네. 하지만 마지막 의견처럼 참석을 못 하느니 영상이나 원격으로라도 예의를 보여야 한다는 말도 일리는 있다.
◆긴 명절 연휴, 가족 모임 대신 해외여행
주말&=자 그럼 새로운 질문을 해볼게. 긴 명절 연휴에 맞춰 여행을 가는 건 어때? 요즘에는 명절을 휴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백현자(50)=적극 찬성이지. 하지만 나는 여태껏 못 가고 있어. 나 때까지는 제사를 하더라도 다음 세대(자식세대)엔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다 했으면 좋겠어.
문ㅇㅇ(45)=이때 아니면 언제 여행을 가겠어. 우리 가족만 해도 맞벌이 부부인데 명절이 아니면 여행을 갈 수가 없어.
곽채린(27)=평소에 자주 보면 명절이라고 꼭 모일 필요는 없지.
강ㅇㅇ(43)=부모님은 명절 전에 살짝 찾아뵙는 센스를 발휘하면 되지 않을까?
정ㅇㅇ(54)=아니면 가족 다 같이 여행은 어때. 명절을 여행지에서 맞아도 되잖아. 우리 집안은 5년 전부터 제사를 없애고 명절 때마다 가족들끼리 다 같이 여행을 가고 있어.
김oo(60)=우리 집도 명절은 가족들과 여행을 가. 좋아하는 음식을 각자 싸와서 나눠 먹기도 해.
주말&=여행 가는 게 뭐가 문제냐는 의견이 많네. 본인은 아직까지 명절에 얽매여 있지만 자식들 세대부터는 자유롭게 여행을 다녔으면 좋겠다는 의견에는 눈물이 날 뻔했어.
전진순(59)=난 좀 생각이 달라. 아무리 그래도 명절은 가족들과 보내는 게 맞지 않을까? 여행은 따로 휴가 내서 편하게 다녀오면 될 것 같은데.
지용선(63)=맞아. 명절은 가족들과 보내야지.
마oo(55)=이때 아니면 여행을 언제 가겠냐고 말하는데, 가족들 모이는 것도 똑같지 않아? 가족들도 명절 아니면 언제 다 같이 보겠어.
심만섭(61)=그럼 이렇게 하자. 놀러가는 건 OK! 다만 하루 정도는 친척들을 만나는데 시간을 내주기!
◆명절만 되면 지갑 텅~ 조카들 용돈 얼마가 적당?
주말&=새로운 명절 풍경에 대한 의견이 다양해서 흥미진진하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 이번에는 돈이 걸려 있어서 조금 더 재미있을 것 같아. 다들 명절 되면 지갑이 텅텅 비지 않아? 사실 주말& 기자들도 조카들 용돈 챙기기가 여간 부담되는 게 아니더라고. 그래서 적정 용돈이 얼마인지에 대한 의견을 모아봤어.
이번 답변에서는 조금 재미있는 양상이 나왔어. 40대 이상 답변자들은 아무래도 여유(?)가 있어서인지 초등학생 이하, 초등학생은 5만원 그리고 중·고등학생은 5만원 이상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어. 신사임당 정도는 꺼내줘야 한다는 말이겠지? 하지만 40대 이하 답변자들은 미취학 아동들에게 조금 박한 경향을 보였어. 1만원만 주면 된다는 의견이 많았고 한 응답자는 0원을 외치기도 했다네. 그리고 초등학생은 3만원, 중·고등학생은 5만원 의견이 많았어.
이 외에도 재미있는 의견이 많았어. "용돈은 배꼽인사를 해야 준다"강oo(43) "졸업이나 입학을 할 때는 50~100만원까지도 줄 수 있다"이현아(36) "미취학 아동에게는 용돈 대신 돈의 개념에 대해 알려주겠다"김oo(49) "1살 만원, 2살 2만원, 3살 3만원…19살 19만원"이성현(30) "대학생은 알바해서 직접 용돈 벌어라"최현식(25) "여유만 되면 성인이 되더라도 쭈욱 주고싶다"김종우(63) "세뱃돈 따로 용돈 따로 달라는 녀석도 있더라. 그런 녀석에게는 용돈대신 꿀밤을!" 김기호(68) "추석에는 조카 용돈 말고 어른들 용돈 적정선도 물어봐달라. 어른들 용돈 드리기도 빠듯하다"임혁진(31)
마지막 의견이 특히 눈에 띄는군!. 엣헴. 돌아오는 추석에도 독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겠어!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좋은 것은 이번 설 가족끼리 모였을 때 툭 터놓고 의견을 나눠 보는 건 어떨까? 주의사항 한가지만 전하고 마치도록 하지. 이야기 나누다 싸우지 말기! 서로의 의견 존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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