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 사상자 낸 '포항 지하주차장 참사' 책임자 9명 기소

입력 2024-02-02 17:07:46 수정 2024-02-04 20:17:49

검찰 "과실 복합적 작용한 인재"…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힌남노 내습 당시 포항 냉천 범람으로 숨진 피해자의 유가족들이 국회 앞에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매일신문 DB
힌남노 내습 당시 포항 냉천 범람으로 숨진 피해자의 유가족들이 국회 앞에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매일신문 DB

검찰이 2022년 태풍 '힌남노'로 12명(사망 9명, 상해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포항 냉천 범람 참사'와 관련, 저수지 관리자 등 9명을 재판에 넘겼다.

대구지검 포항지청 형사2부는 2일 하천 상류 저수지 관리자 4명, 아파트 관리자·경비원 5명 등 총 9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참사 당일인 2022년 9월 6일 오전 3시부터 5시 사이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폭우로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하천인 냉천의 상류 진전저수지와 오어저수지에서 대량의 방류가 시작됐다. 이로 인해 냉천이 범람해 아파트 3곳의 지하 주차장이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침수가 시작되자 아파트에선 '지하주차장 차량을 이동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고, 이를 듣고 내려간 입주민 중 8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주택가에선 범람한 하천을 피해 대피하던 주민 1명이 숨지고 1명이 상해를 입었다.

저수지 관리자는 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지역 주민 등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방류 시 관계기관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오어저수지 관리자 2명과 진전저수지 관리자 2명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들은 또 저수지 수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으며, 오어저수지의 경우 저수지 수위 계측기가 고장 난 것을 알면서도 수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아파트 3곳의 관리자 등 5명(관리소장 2명, 시설과장 1명, 경비원 2명)은 태풍·호우로 침수가 예상되는 건물의 지하 공간 등 위험 지역에 대한 입주민의 접근금지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냉천 범람 당일 오전 4시 43분쯤 '냉천 범람 위기' 내용의 재난문자가 발송됐고, 오전 6시쯤 실제 범람이 이뤄졌음에도 이들은 오히려 "지하주차장에 있는 차량을 지상으로 이동주차해 달라"는 안내방송을 했다.

또한 이들은 안내방송 직후 냉천에서 범람한 흙탕물이 지하주차장으로 급격히 쏟아지고, 지하주차장에서 다수 주민들이 한꺼번에 출차를 시도하면서 혼잡한 상황이 됐음에도 대피안내나 추가 안내방송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사고 현장, 저수지·냉천 등을 직접 조사하고 전문가 자문을 받는 등 광범위한 보완수사를 통해 이번 사건이 인재임을 규명했다"며 "앞으로 피고인들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공소 유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들 9명과 함께 참사 책임 혐의를 받아온 포항시 안전총괄과장, 아파트 관리업체 대표, 아파트 관리소장 등 4명은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