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친 가스라이팅, 쇠사슬 채우고 소변·곤충 먹인 30대

법원 자료사진. 매일신문 DB

이성 친구를 7년 동안 심리적으로 지배(가스라이팅)하면서 가혹행위를 하고 거액의 돈을 뜯어낸 30대 여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범행 저지른 여성의 남편도 동조한 것으로 확인돼 함께 징역형을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 정희영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상해·감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5) 씨에게 징역 7년을, 그의 남편 B(41)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3년 6월부터 2020년 2월까지 7년여 동안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와 인천 부평구 등에서 친구 C(34·남성) 씨를 폭행하고 협박해 돈을 뜯어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11년 지인 소개로 알게 된 C씨와 친구로 지내다가 이듬해 여름부터 당시 연인 관계였던 B씨까지 셋이 동거를 시작했다. A씨와 B씨는 2016년 결혼한 뒤에도 C씨와 함께 살았다.

그러다 A씨는 C씨를 상대로 가혹행위 등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A씨는 2013년 6월 C씨가 거부했지만 강제로 유사 성행위를 하고 "(남성인) 네가 폭행이라 신고하고 (여성인) 내가 성폭행으로 너를 고소하면 경찰이 누구 편을 들어줄까"라고 협박했다.

아울러 A씨는 C씨에게 "누구와 함께 있으며 무엇을 하는지 보고하라"고 일상생활을 통제했다. 또 "시키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죽여 버린다"고 협박했다.

A씨는 C씨에게 "네 엄마를 죽이고 싶지 않으면 벌레를 먹어라"고 강요하며 귀뚜라미 1마리를 산 채로 먹게 했다.

A씨의 범행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집과 차량 등에서 C씨를 주먹과 발, 무릎, 휴대전화, 플라스틱 샤워기 등으로 때려 코뼈 골절과 두피와 눈 열상, 고환 파열상 등 부상을 입혔다.

또 '촛불 라이터'를 뜨겁게 달군 뒤 C씨 가슴에 대거나 종이컵에 소변을 받아 마시게 했다. A씨는 C씨가 휴대전화를 만지자 화를 내며 폭행하고 30~40분간 '엎드려뻗쳐'를 시켰다.

A씨는 '바닥 청소기 돌리고 닦기', '쓰레기통이나 분리수거통 꽉 차 있으면 치우기' 등 11개 사항을 작은 글씨로 쓰게 하고 실제로 이행하도록 했다. 또한 A씨는 C씨의 두 다리를 쇠사슬로 감아 자물쇠로 채우고 다용도실 전자레인지 선반과 연결해 외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는 C씨가 갖고 있는 돈을 뜯기도 했다. A씨는 C씨를 협박해 현금 6천574만원을 송금받고, 자신의 친구가 사는 집 월세와 공과금 2천90만원을 부담하도록 하는 등 모두 8천664만원을 뜯어냈다.

A씨의 범행은 C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C씨는 2020년 2월 "회사에 출근한다"고 말한 뒤 A씨 부부와 함께 살던 집을 빠져나와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C씨는 A씨 부부를 경찰에 고소했다.

A씨 부부는 "폭력행위를 저지른 적이 없고 피해자 요청에 따라 같이 살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과 기간, 피해 정도의 심각성 등을 보면 피고인들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A씨는 범행을 주도적으로 직접 저질러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피해자를 직접적으로 폭행하거나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지만 A씨의 범행에 소극적으로나마 가담했다. 배우자인 B씨 존재가 A씨에게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치고 B씨도 범행 기여 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죄책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