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시대 어린이집·유치원 인프라 공급 진단' 보고서 분석
대구 어린이집·유치원 2022년 1천453→2028년 911곳… 37% 감소 전망
"양육 환경 악화에 따른 지역 소멸 가속화 악순환 대비해야"
"결국 카페로 변했지만, 전 아직도 제가 유치원 원장이라고 생각해요."
#1. 대구 달서구에서 20년 간 유치원을 운영했던 A씨는 지난해 12월 정들었던 유치원을 카페로 바꿨다. 원아 모집은 갈수록 힘겨워졌고, 더 이상 유치원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던 것.
A씨는 지난 2022년 2월 유치원을 휴원하고 1년 내내 되살릴 방법을 찾았지만 저출생의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폐원 수순을 밟아야했다.
유치원 대신 카페를 차려 건물은 지켜냈지만 더 이상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A씨는 "가끔 카페를 찾아온 유치원 졸업생들이 '원장선생님'이라고 부르면 눈물이 난다"고 한숨을 쉬었다.
#2. 대구 동구에서 20년 이상 어린이집을 운영해 온 B씨는 지난해 원생을 22명밖에 채우지 못했다. B 씨 어린이집의 모집 정원인 60명 중 간신히 3분의 1을 채운 셈이다.
원생 모집에 도움이 될까 싶어 쌀 도정기를 들이는 등 애써 올해는 36명을 모집했지만 여전히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긴 수준이다. B씨는 "원생 모집이 계속 어려울 것 같아 언제까지 운영할 수 있을 지 막막하다"고 푸념했다.
심각한 저출생 여파로 앞으로 4년 뒤 대구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3곳 중 1곳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육아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육아정책포럼에 게재된 '저출생시대 어린이집·유치원 인프라 공급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천453곳이던 대구의 어린이집·유치원은 오는 2028년이면 911곳으로 37.3%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부산(39.4%)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연구진은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저위 추계)를 통해 취원율과 정원 충족률이 똑같다는 가정 하에 향후 어린이집과 유치원 수를 예측했다.
전국적으로는 2022년 3만9천53곳이던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2028년 2만6천637곳으로 31.8%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저출생 기조가 이어지면서 어린이집·유치원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연구진에 따르면 2018년 1천405곳이던 대구의 어린이집은 4년 만인 2022년 1천139곳으로 18.9% 감소했다. 유치원 역시 같은 기간 369곳에서 329곳으로 10.8% 줄었다.
전국 어린이집은 2018년 3만9천171곳에서 2022년 3만923명으로 21.1% 감소했고, 유치원도 같은 기간 9천21곳에서 8천562곳으로 5.1% 줄었다.
어린이집·유치원이 문을 닫는 주된 원인은 영·유아 인구 감소다. 대구에서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 수는 2018년 5만6천943명에서 2022년 4만2천487명으로 25.4% 감소했다. 이는 전국 감소폭(22.6%)을 웃도는 수치다.
유치원 재원 유아 수 역시 같은 기간 3만8천475명에서 3만2천272명으로 16.1% 감소했다.
보육·교육기관이 줄면 양육 환경이 악화되고 지역 인구 소멸이 가속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우려다. 이에 따라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육아 인프라와 돌봄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연구진은 "정원 충족률이 낮은데도 운영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많은 상황이라 향후 폐원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인구 유출이 심각한 지역을 대상으로 영아 돌봄 지원 방안을 마련해 어린이집과 유치원 인프라를 유지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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