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비판 피켓 든 자동차 영업사원 명예훼손 혐의 '무죄'

입력 2024-01-30 10:51:22 수정 2024-01-30 21:36:15

"공공이익 대변했고 일반인 관심사항…명예훼손 소지 있지만 위법 아냐”

대구법원·검찰청 일대 전경. 매일신문DB
대구법원·검찰청 일대 전경. 매일신문DB

회사를 비판하는 피켓을 든 자동차 영업사원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를 선고 받았다. 대중적 관심사안에 대해 공공이익을 대변하는 방향이었으므로 명예훼손 소지가 있더라도 위법행위로는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구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어재원)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56·여)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경산시 한 자동차 판매대리점에서 2012년부터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고 2012년부터 2년 단위 계약직으로 일해왔다. A씨는 2019년 대리점주 B씨가 재계약을 거절하며 해고됐다.

A씨는 노조활동에 따른 불이익이라며 그해 2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을 했다. 경북 지노위에서는 A씨의 주장을 받아 들여 복직 결정을 내렸고, 같은해 8월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B씨의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B씨는 노동위원회 결정에도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채 복직명령을 이행하지 않았고, A씨는 1인 시위를 벌여왔다.

검찰은 A씨가 2022년 2월 7일부터 같은달 16일까지 5회에 걸쳐 '대리점주들이 노동착취, 부당노동행위, 노조탄압을 자행한다'는 요지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한 것에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자신의 1인 시위는 명예훼손 소지가 없었고, 설령 사용자의 명예가 훼손됐다 하더라도 해당 내용이 진실이자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맞섰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자신의 고용주만 겨냥한 게 아니고 피켓에 '자동차 대리점주들'이라고 기재했는데, 이는 자신뿐만 아니라 비슷한 환경에 처한 직원들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법원은 아울러 A씨가 일한 대리점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 차량을 판매하고 있고, 이 회사 내부 문제는 일반인들이 전반적을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해당 자동차 업체의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대우나 부당노동행위는 사회문제로 대두돼 왔고 이에 대한 시정이 필요하단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이는 소비자 등 일반인들의 합리적인 선택권 행사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정보로 공적인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안"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