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동거남 살해로 징역 100년형' 한인, 30년만에 조기 출소

입력 2024-01-27 12:08:15 수정 2024-01-27 20:01:18

19세 때 누나 사주로 누나 동거남 살해한 앤드루 서
"어머니 원수 갚고 누나 보호하는 길이라 생각"

앤드루 서와 한인 지지자들. 앤드루 서 사면 청원 서명운동 웹사이트 캡처. 연합뉴스
앤드루 서와 한인 지지자들. 앤드루 서 사면 청원 서명운동 웹사이트 캡처. 연합뉴스

19세 때 누나의 동거남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징역 100년형을 선고받은 앤드루 서(50·한국명 서승모)씨가 복역 30년 만에 모범수로 인정받아 조기 출소했다.

26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서씨는 이날 오전 9시45분 일리노이주 서부 키와니의 교도소에서 지지자들과 변호인의 마중을 받으며 출소했다. 서 씨는 오랜 시간 응원해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시카고 한인교회 교인들이 준비해 준 두부를 먹기도 했다.

트리뷴은 '30년 전, 남매가 공모해 저지른 악명높은 살인사건의 주인공이 석방됐다'는 제하의 기사로 이 소식을 전하며 "성실하게 재활 프로그램을 이수한 모범수에게 감형 특혜를 주는 새로운 법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서씨를 변론해온 비영리단체 '일리노이 교도소 프로젝트'(IPP) 법률고문 캔디스 챔블리스 변호사는 "서씨가 지난 24일 조기 출소 가능성을 통보받고 무척 기뻐했다"며 "그는 제2의 인생을 살 준비가 충분히 됐다"고 전했다.

서씨는 대학 2학년이던 1993년 9월 25일, 시카고 가정집 차고에서 누나의 동거남 로버트 오두베인(당시 31세)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1995년 징역 100년형을 선고받았으며 이후 항소심에서 80년 형으로 감형됐다.

당시 검찰은 부모 없이 단둘이 살아가는 서씨 남매가 오두베인 명의의 생명 보험금 25만 달러(약 3억3천만 원)를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열아홉살이던 서씨가 누나의 사주를 받고 살인을 감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씨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이 일었다.

서씨는 서울에서 군 장교 출신 아버지와 약사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두 살 때인 1976년 시카고로 이민했다. 그러나 이민 9년 만인 1985년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세탁소를 운영하며 남매를 키우던 어머니마저 1987년 강도에 살해된 후 다섯살 위인 누나에 의지해 살았다.

이후에 유명 사립고교 로욜라 아카데미에서 학생회장을 지내고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한 그는 장학생으로 대학에 진학해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누나 캐서린이 "오두베인이 엄마를 죽였다. 엄마가 남긴 재산을 오두베인이 도박 빚으로 탕진하고 학대한다"며 살인을 사주하며 인생은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다.

서씨는 2010년 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하우스 오브 서'(House of Suh)에서 "오두베인을 죽이는 것이 어머니의 원수를 갚고 누나를 보호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가족을 위해 옳은 일을 하는 거라 생각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그는 2017년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누나 캐서린이 80만 달러(약 10억 원)의 유산을 노리고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진술했다. 서씨 어머니 사망 사건은 여태 미제로 남아 있다.

그간 서씨에 대한 사면 청원이 수차례 있었으나 그가 빛을 보기까지 20년 이상이 걸렸다.

트리뷴은 "지난 1월 발효된 새로운 일리노이 주법에 따라 서씨는 그간 감옥에서 모범수로 쌓은 신용, 교도소 내 노동시간, 재활 프로그램 이수 등 성과에 대해 4천일가량을 복역 일로 인정받게 됐다"면서 "남은 형량에 대한 감형 요청을 관할 쿡 카운티 검찰이 수용했다"고 전했다.

이어 "서씨의 30년 수감생활 점수는 만점에 가깝다"면서 "공인 안경사 자격증 취득 포함 다양한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 교도소 내 호스피스 병동 자원봉사 외에도 수감자 뉴스레터를 공동집필하고 장애 수감자를 돕고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했다"고 전했다.

한편 서씨의 누나 캐서린(54)은 당시 재판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