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27일 전면 시행…"중소기업 줄폐업 우려"

입력 2024-01-25 17:22:19 수정 2024-01-25 20:39:59

윤 대통령 거듭된 당부에도 여야 합의 실패
50인(억원)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억원)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된다. 노동계는 환영한다는 반응이었지만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건설·제조업계는 불안에 떨고 있다.

여야는 25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 처리를 시도했지만 결국 합의하지 못했다.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두고 여야 이견이 지속되면서 유예안 처리가 무산된 것이다.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듭된 당부도 통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여야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근로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특히 경영난에 허덕이는 83만 영세업자의 처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예안 처리가 무산됨에 따라 아르바이트를 포함해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이면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 음식점 등 서비스업도 해당되며 사무직만 있는 회사도 포함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국 50인 미만 사업장은 83만7천곳, 종사자는 약 800만명으로 추산된다.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의 안전·보건 의무를 강화한 법이다. 1명 이상 사망하거나 부상·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혹은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처벌 규정도 강화했다.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집중된 영세 건설업계는 대부분의 기업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644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341명이 건설업계에서 발생했고 이 중 66.3%(226명)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는 50억원 미만 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

별도의 안전보건관리담당자 1명을 선임해야하는 점도 부담이다. 전문인력을 구하기도 어렵고 인건비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대한전문건설협회와 함께 전문건설사 781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 기업 96.8%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대한 준비를 마치지 못했다고 답했다.

반면 노동계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26일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엄정한 집행과 함께 27일부터 적용되는 50인(억원) 미만 사업장에 대한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예방 대책이 전면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계는 줄폐업을 우려하며 계도 기간 확대 등 대책을 요구했다. 대구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처해있는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법안이다. 대기업도 제대로 대응하기 힘든데 50인 미만 중소기업들은 방법이 없다"며 "위험을 안고 사업을 하기보다는 아예 업을 접으려는 기업도 있다. 처벌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