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냄새, 빨랫감 냄새 진동하는 쪽방, 창문 없어 환기도 곤란
핫팩 두개에 의지해 이불 뒤집어 쓰고 잠 청해, 아침이면 두통
샤워는커녕 세면도 어려워… "의류도 대체로 부족"
지난 24일 오후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 인근 쪽방촌. 40대 주민 김모 씨의 방은 한낮에도 '냉골'이었다. 그늘지고 단열이 거의 되지 않은 방은 연탄을 피워도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았다. 김 씨는 마치 외출을 하듯 두꺼운 외투에 양말 두 겹을 겹쳐 신고 자원봉사자를 맞았다.
찬 기운이 서늘한 김 씨의 방에 놓인 자그만한 탁자 위에는 보름치는 돼 보이는 약봉지가 놓여있었다. 한낮 기온이 2℃였지만 손바닥으로 느끼는 방바닥 온도는 햇빛이 잘 드는 양지보다 차가웠다. 전기장판의 온도 조절기를 최대로 높여도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이겨내지 못했다.
3평 남짓한 김 씨의 방에는 서늘함과 적적함이 가득했다. 차디찬 벽면에 이불을 덧댔지만 시린 외풍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김 씨는 "자원봉사자들이 매일 핫팩 2개를 주면 겨드랑이에 끼고 잔다"며 "그래도 아침이면 허옇게 입김이 나올 정도여서 두통과 함께 깨곤 한다"고 했다.
차디찬 겨울은 쪽방촌 주민들에게 견디기 힘든 계절이다. 제대로 된 난방도, 온수도 이용할 수 없는 이들은 낡은 전기장판과 두꺼운 옷에 의지해 겨울이 지나가기만 기다린다.
동장군의 성화에 상수도라도 얼어붙으면 고통은 더욱 심해진다. 이곳 쪽방촌 주민 15명이 함께 사용하는 세탁기가 동파되면 일주일은 빨래를 못한다. 올해 초 한파 때도 옷가지로 감싸 놓은 수도관이 결국 터져 곤란을 겪었다.
창문이 없어 환기가 잘 되지 않는 탓에 연탄불 특유의 냄새 등 여러가지 악취가 쉽게 밴다. 빨래를 하지 못하는 답답함은 겨울에 오히려 더 크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온수가 나오지 않아 씻는 일도 고통이다. 한 명이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 좁은 세면실 안 연탄 난로 위에 대야를 놓고 물을 데우는 게 유일한 대안이다. 김 씨는 "그마저도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쓸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가난한 쪽방촌 사람들에게는 추위를 막아줄 의류도 부족하다. 사회복지단체에서 나눠주는 의류가 있지만 예전보다 양이 줄었고 사이즈도 다양하지 않다고 했다.
유경진 대구쪽방상담소 간사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정부의 지원이 줄었고, 쪽방촌에 대한 관심이나 지원 여력도 사그라든 경향이 있다"며 "추운 겨울일수록 소외된 이웃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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