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 연구자
겸재 정선의 '금강산도'는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 등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누는 금강산 중 내금강 전모를 한 폭에 담은 금강전도다. 정선은 처음 금강산을 다녀온 1711년(숙종 37) 작품인 '신묘년풍악도첩'에서부터 전도(全圖)식 금강산도를 그렸고 명승지에 초점을 맞춘 명소도(名所圖)도 아울러 그렸다.
정선의 초기 금강전도는 주요 봉우리와 사찰, 명소 등의 이름이 그림 속에 있고 탐승경로도 뚜렷해 그림지도를 연상시킨다. 워낙 유명한 금강산이라 어떤 본(本)이 전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거점 사찰과 주요 명소가 뚜렷하면서도 점차 구도가 짜임새 있어지고, 화풍이 세련되며 바위산과 흙산이 조화를 이룬 정선식 금강전도가 완성된다.
'금강산도'는 정선이 하나의 틀로 전형화 한 금강전도 중 한 점이다. 내금강산 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정양사 헐성루와 근처의 천일대가 꼽혔으나 이 그림에서처럼 금강산을 조망하기란 사실상 어디에서도 불가능하다.
금강전도는 정선이 내금강을 한 폭으로 형상화해낸 가상의 금강경(金剛境)이다. 정선은 구역별로 지리적 특성이 다른 드넓은 금강산의 요체를 골산(骨山)이 토산(土山)으로 감싸인 드라마틱한 밀집형 구도의 이중주로 완성했다.
'금강산도'는 바위산은 죽죽 내리 그은 시원한 붓질로 형태를 나타낸 위에 흰 호분을 칠해 햇빛을 반사하는 찬란한 봉우리가 더욱 실감 나고, 흙산은 옅은 녹색을 올려놓은 위에 농담의 가로 점들을 리듬감 있게 찍어 울창한 숲과 산세를 함께 표현했다. 초입의 장안사, 중간 거점인 표훈사, 최고의 전망대인 정양사 등 주요 사찰이 뚜렷하고 삼불암, 명경대, 만폭동 등 명소도 표시 나게 그렸다. 찾아보면 암자도 곳곳에 있다.
정선은 금강전도를 여러 점 남겼고, 이후의 화가들도 정선의 금강전도를 모범으로 삼아 각자의 화풍으로 금강전도를 그렸다. 금강산 전모를 한 눈으로 보며 마치 여행하듯 주요 명소를 하나하나 짚을 수 있어서 다녀온 사람이든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든 모두 금강전도를 좋아했다.
화면 좌우에 당대의 명사인 김창흡, 조귀명의 제화가 있다. 김창흡은 산이란 "멀리서 보는 것보다 가까이서 보는 것이 낫고, 다시 와서 보면 처음 볼 때보다 더 낫다"고 했다. 그가 무려 '예닐곱 차례'나 금강산을 찾아갔다고 한 이유일 것이다.
조귀명은 천지의 영기(靈氣)가 길러낸 것이 돌과 사람인데, 일만 이천의 금강산 봉우리를 보니 이 봉우리들을 일만 이천의 인걸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조귀명은 웅장한 자연을 보며 빼어난 인물을 그리워했다.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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