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소 작가, 타데우스 로팍 전속 계약 이후 첫 개인전 개최

입력 2025-06-23 15:49:16

6월 13일부터 8월 2일까지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이강소 작가. 타데우스 로팍 제공
이강소 작가. 타데우스 로팍 제공
이강소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타데우스 로팍 전시장 전경. 타데우스 로팍 제공
이강소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타데우스 로팍 전시장 전경. 타데우스 로팍 제공

대구 출신 이강소 작가의 개인전 '煙霞(연하)로 집을 삼고, 風月(풍월)로 벗을 사마'가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9월 작가가 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체결한 이후 처음 선보이는 전시로, 회화, 조각, 판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폭넓게 아우름으로써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독창적이고도 선구적인 위치를 확립한 이강소의 작품 세계를 조망한다.

전시 제목은 16세기 조선의 유학자 퇴계 이황이 안동 도산서원에 머무르며 자연 속에서의 성찰과 수양을 노래한 시조 '도산십이곡 (陶山十二曲)' 중 제2곡에서 비롯했다.

'煙霞(연하)로 집을 삼고, 風月(풍월)로 벗을 사마'는 인간이 자연 속에 스며들어 존재의 본질을 되묻고, 자아를 우주적 질서와 조화시키려는 시인의 태도가 고스란히 담긴 구절이다.

작가는 이러한 퇴계의 자연관에 깊이 공명하며, 자신의 예술 또한 자아를 표출하거나 고정된 실체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흘러가는 세계의 흐름과 조응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작가는 자연의 흐름에 조율된 상태, 침묵 속 감응의 순간, 그리고 물아일체의 경험을 포착하고자 끊임없이 시도한다.

갤러리 관계자는 "이강소는 동아시아 전통 회화의 요소들과 국제적 양식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융합한다"며 "속도감이 느껴지는 유려한 붓놀림에서는 서예와 수묵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드러나며, 인상주의적 수변 풍경은 문인화의 정신적인 필치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그의 몸짓이 만들어내는 흔적은 1950년대 서양의 추상표현주의, 특히 윌렘 드 쿠닝의 작품을 떠올리게 할 뿐만 아니라 일부에서는 사이 톰블리의 물감 튐 자국과 유사한 흔적도 발견된다. 그러나 그의 회화는 서구 회화가 강조한 개인적 자아 표현의 측면이 걷어진 채, 보다 절제된 형태로 자리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198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에 이르는 주요 작품을 통해 작가의 형식적 진화 과정을 조명한다. 그의 작품 전반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슴, 오리, 배 등의 도상은 그 자체로 작가적 언어이자 그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다.

그중에서도 배는 작가의 작업 안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미술평론가 미네무라 도시아키는 "이강소의 배는 수면을 가로지르는 '건너기'의 상징적 은유로 기능할 뿐 아니라, 이미지를 넘어 진정한 회화적 실재에 도달하려는 또 다른 '건너기'를 실현한다"며 "서양 근대회화와 동아시아 수묵화가 교차되고 합류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초기 회화에서 비교적 구체적으로 묘사됐던 배의 형상이 시간이 흐르며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붓놀림 속에서 희미한 선의 흔적으로 변모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이강소, 청명 淸明-16229, 2016, 캔버스에 아크릴릭, 218 x 291 cm (85.83 x 114.57 in).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Paris·Salzburg·Milan·Seoul ©Lee Kang So/Lee Kang So Zagupsil
이강소, 청명 淸明-16229, 2016, 캔버스에 아크릴릭, 218 x 291 cm (85.83 x 114.57 in).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Paris·Salzburg·Milan·Seoul ©Lee Kang So/Lee Kang So Zagupsil
이강소, 무제-88008, 1988, 캔버스에 유채, 182 x 227 cm(71.65 x 89.37 in).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Paris·Salzburg·Milan·Seoul ©Lee Kang So/Lee Kang So Zagupsil
이강소, 무제-88008, 1988, 캔버스에 유채, 182 x 227 cm(71.65 x 89.37 in).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Paris·Salzburg·Milan·Seoul ©Lee Kang So/Lee Kang So Zagupsil

이번 전시는 회화와 조각 간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이강소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순수한 에너지'에 주목한다. 특히 작가의 설치 작품 '팔진도'는 마치 바닥에서 솟아오른 듯 다채로운 산맥처럼 펼쳐지는 그의 예술적 흐름을 볼 수 있다.

점토, 세라믹, 청동, 알루미늄 등 다양한 재료로 제작된 조각도 전시됐다. 그는 1990년대 육면체의 유동적인 물질성에 매료돼, 점토 덩어리를 공중에 던지고 중력에 의해 낙하시키는 방식으로 조형을 시도했다. 작가는 이를 '스스로 만들어지는 조각'이라 칭하며,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연의 작용에 조각의 형성을 위탁하고자 했다.

이는 동일한 대상을 반복해 그리며 빛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포착하고자 했던 인상주의의 회화적 태도와도 상통한다.

갤러리 관계자는 "이강소는 조각으로써 자연의 영속적인 흐름을 포착하고자 했다"며 "그의 조각은 균형과 붕괴 사이의 아슬아슬한 긴장을 품고 있으며, 미술평론가 엘리너 하트니의 표현처럼 '자연 세계의 어떤 우연적 아름다움'을 응축한 시적 조각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한편 이강소 작가는 1943년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1974년 대구현대미술제에 참여하는 등 한국현대미술운동을 주도한 한국 실험미술 1세대 작가로 꼽힌다.

타데우스 로팍은 서울과 프랑스 파리,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하반기 개관 예정)에 지점을 둔 세계적인 갤러리다.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오는 9월 파리 지점에서 이강소 개인전을 여는 등 작가를 유럽에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