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공관위원 전략공천 기준 제시…현역 의원들 미묘한 파장
◆1차 룰 현역 의원에 유리…2차 룰 용산 출신 도전자들에게 유리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공천 주도권 두고 신경전 벌일 수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간 갈등이 봉합됐다. 보수층이 가슴을 바짝 졸였지만 적전 분열은 공멸을 가져온다는 우려 속에 전격적으로 손을 맞잡았다. 윤 대통령이 조만간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수수와 관련, 입장을 밝힌다고 한다. 선거를 앞두고 김 여사 문제를 털지 않을 수 없다는 여론에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결국 여론을 등에 업은 한 위원장의 우세승으로 결론이 났다.
갈등의 불씨까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가깝게는 공천 문제가 가장 큰 현안이다. 국민의힘은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를 위한 여론조사를 사실상 끝냈고, 29일부터 2월 3일까지 공천 신청을 받는다. 공천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갈등 없이 공천 관리를 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김건희 여사 백 수수 문제가 '초등 산수' 수준이라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공천은 '고등 미적분'에 해당한다. 김 여사 명품 백 문제는 국민 여론상 옳고 그름이 분명하게 갈린다. 반면 공천은 당내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야당, 제3지대 등과 연동돼 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공천을 두고 제2라인드가 벌어져 최악의 갈등으로 비화하면 야당과 제3지대에 의석을 갖다 바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어서다.

◆공천 룰 1차와 2차가 다른 이유
국민의힘은 2차례에 걸쳐 공천 룰을 발표했다. 하지만 1, 2차 간 공천 룰이 확연히 차이가 나면서 현역 의원들에게 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16일 1차 발표에서는 국회의원 공천배제 기준(하위 10%) 및 경선관리 지침(가감점 제도) 등 시스템 공천 방침을 밝혔다. 한동훈 위원장은 "우리 당에서 해보지 않은 놀라운 일"이라며 룰의 공정성과 시스템 공천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갈등이 봉합된 이후 23일 2차 발표에서는 지역구 253곳 중 최대 50곳을 우선추천지역(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우선추천(공천 신청자와 상관 없이 1인 추천), 경선 등의 세부 기준을 제시했다. 더욱이 모든 사항에 대해 '공관위가 재적 3분의 2 이상 의결을 하면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1차 시스템 공천 방침과는 달리 정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공관위는 전략공천지역 대상에 현역 의원 또는 직전 당협위원장이 불출마한 지역구를 포함시켰다. TK(대구경북)를 비롯해 PK(부산울산경남), 서울 강남 등 전통적인 텃밭 지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1차와 2차 공천 룰이 확연히 차이가 나면서 여러 해석이 나온다. 1차 공천 룰을 따르면 현역 의원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 도전자를 비롯해 내각과 대통령실을 그만두고 대거 출마한 대통령 측근들은 공천받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2차 공천 룰처럼 전략공천지역 선정 폭을 확대하고, 공관위원들의 정무적인 판단 공간이 넓어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통령 측근들이 전략공천을 비롯해 공천을 받을 기회가 많이 생긴다. 동시에 현역 의원들을 교체할 여지도 높아진다. 실제 1차 공천 룰 발표 이후 친윤 예비후보들을 중심으로 불만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반대로 1차 발표에서 '해 볼 만하다'며 자신감을 가졌던 TK 의원들이 2차 발표에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현역 의원 교체는 어떻게 진행될까
1, 2차 룰 발표를 기준으로 현역 의원 교체는 3차례 순서에 따라 진행된다. 우선 컷오프다. 교체지수를 적용해 하위 10%인 현역 의원 7명을 컷오프한다. 인원이 많지 않다. 1권역(강남3구 제외한 서울 및 수도권) 1명, 2권역(충청권) 1명, 3권역(서울 송파 및 부울경) 3명, 4권역(TK 및 서울 강남구·서초구) 2명 등이다.
둘째, 하위 10~30%인 현역 의원 18명에 대해 경선 득표율에서 20%를 감산한다. 1권역 2명, 2권역 2명, 3권역 8명, 4권역 6명이다. 공관위가 해당 의원들의 실명을 일찌감치 공개적으로 밝힐 경우 파장이 적지 않다. 사실상 불출마 권고다. 수긍하지 않고 경선에 출마할 경우 '교체지수 하위권'으로 낙인 찍힌 상태에서 도전자와 힘겨운 경선을 벌여야 한다.
셋째, 심사 평가에서 현역을 탈락시킬 수 있다. 공천 신청자 심사 평가 기준은 현역·원외 당협위원장과 비당협위원장으로 구분된다. 현역 의원은 ▷경쟁력(여론조사·40) ▷도덕성(15) ▷당 기여도(15) ▷당무감사(20) ▷면접(10) 등이 기준이다. 도전자는 ▷경쟁력(여론조사·40) ▷도덕성(15) ▷당 및 사회 기여도(35) ▷면접(10) 등으로 구성된다.
표면적으로는 경쟁력인 여론조사가 배점이 가장 높지만 TK 등 텃밭은 꼭 그렇지는 않다. 경쟁력은 해당 출마자와 상대당 후보자 간 1대1 여론조사 결과를 의미한다. 당 지지율이 높은 탓에 현역 의원과 도전자 간 점수차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공관위원의 정성적인 판단이 들어가는 당 기여도와 당무감사에서 현역 의원이 턱없이 낮은 점수를 받는다면 경선 기회도 얻지 못할 수 있다.
공천을 누가 주도하느냐도 관건이다.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윤 세력과 한 위원장 간 공천 알력이 표면화될 수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윤석열당'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준석 사태, 나경원 불출마, 김기현 사퇴 등을 보듯이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장악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측근들을 공천해야 하는 이유다.
한 위원장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친윤에 정치적 빚이 없는 탓에 공천에서 친윤을 특별히 챙길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또 비대위원장의 권한을 최대한 행사하겠다는 생각이 강하면 강할수록 용산과 부딪칠 공산이 크다.
정치권 인사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부터 2월 말~3월 초까지 진행될 공천 관리가 두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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