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권 거대 경제권 구축-관광·문화 교류 혁신…"수백가지 파급 효과 기대"
생산유발 7조2천965억원, 부가가치유발 2조2천834억원, 고용유발 3만8천676명…. 2020년 한국교통연구원이 광주 송정역과 서대구역을 잇는 달빛고속철도 건설에 따른 파급 효과를 추산한 수치다.
이 같은 달빛철도의 긍정적 효과에도 기획재정부 등 중앙정부는 당장의 경제성과 형평성을 이유로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이하 특별법)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반해 달빛철도가 통과하는 영호남 경제계는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이른바 세이의 법칙(Say's Law)을 강조한다. 프랑스 경제학자 장 바티스트 세이가 1803년 출간한 저서 '정치경제론'(Traite d'economie politique)에서 밝혔듯 '공급이 경제 활동의 본질적 시작'이라는 것이다.
달빛철도는 영호남을 동서를 연결하는 한반도 최초의 철도망인 만큼 개통 이후 배후 수요와 파급 효과까지 광범위하게 고려해 신속한 특별법 처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영호남 시도민의 한결 같은 염원이다.
◆"남부 거대 경제권 구축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모든 권한을 중앙이 움켜쥐고 말로만 지방을 외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와 관련 박양호 대구정책연구원장은 "온전한 지방시대 구현을 위해 영호남을 아우르는 '남부거대경제권'을 구축해야 한다"며 "달빛철도 건설이 이 같은 구상을 현실화하는데 필수 과제"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일극체제의 비효율을 해결하고, 교통·물류 및 경제활동 축을 영호남 및 동서축으로 분산해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박 원장은 "산업화 시대에 산업도시가 중요했듯이 신산업 시대에는 신공항, 고속철도 등 신 교통망의 발달, 지역 간 신산업 연계 생태계의 발달 등이 일어나는 거대 경제권이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영호남을 아우르는 남부 거대 경제권을 구축하려면 주요 고속교통 인프라가 필수"라며 "남북축 위주의 국토공간에 동서축을 대폭 보강함으로써 인구소멸 위기 지역의 신성장과 새로운 국토균형발전의 촉진이 가능하다. 달빛철도 건설은 대구와 광주를 1시간대 교류권으로 발전시키고 영호남 공동발전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달빛철도 경유지 및 인근 산업단지를 연계하는 수송체계 구축으로 미래첨단산업 물류 등 풍부한 배후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국내 산업단지 현황에 따르면 달빛철도 노선을 따라 모두 173개 산단이 집적해 있다. 2만9천여 업체에 36만명이 고용돼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하루 평균 광주-대구 고속도로 이용 대수(승용차 환산 기준)는 1만5천54대였으나 4차선으로 확장한 2016년 통행량은 하루 평균 2만122대로 33.6%나 늘었다. 2022년에는 2만4천548대로 증가했다.
오는 2030년 대구경북신공항 개항과 맞물려 달빛철도 여객·물류 수요는 더욱 탄력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대구역과 의성을 잇는 대구경북신공항철도와 달빛철도를 연결하면 호남권 여객, 물류가 신공항까지 2시간 내에 이동할 수 있다.
양철수 광주연구원 매력도시연구실장은 "달빛철도가 개통되면 광양항, 포항 영일만항 등과 철도가 연계돼 항만 활성화가 기대된다. 이 경우 항만을 이용한 중국 및 환태평양지역 수출입 물동량 증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여기에 무안공항과 대구경북신공항의 연계성도 향상돼 거점공항 활성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원장도 "달빛철도역을 중심으로 ▷스마트역세권벨트 ▷신산업벨트 ▷로컬문화관광타운벨트가 결합해 200㎞에 이르는 신 지역균형발전을 촉진할 것"이라며 "달빛철도는 550만명의 직접 영향권을 포함하는 '수도권 대응 신(新)성장판'이자 지방시대의 상징적 프로젝트"라고 했다.
◆영호남 관광· 문화 교류 대혁신
달빛철도는 영호남 관광·문화 교류에도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달빛철도가 개통하면 대구~광주 간 이동 시간은 1시간대로 단축돼 당일 출퇴근이 가능한 공동생활권이 형성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양철수 실장은 "달빛철도는 무엇보다 인구소멸지역으로 분류되는 낙후지역의 개발을 촉진해 인구유입이 늘고 지역 활력성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역세권 형성 등 유통 관련 서비스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재 달빛철도 경유지 10곳 중 광주를 제외한 9곳이 '인구소멸지역'이다. 전국 89곳의 10%에 해당한다. 접근성이 취약해 인구 감소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에 새로운 발전 기회와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
또 영호남 관광·문화산업 활성화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2017년 12월 서울에서 강릉으로 철로가 놓이면서 강릉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사례가 있다. 2017년 12만명 수준이던 강릉역 이용객은 2년 후 346만명으로 폭증했고, 같은 기간 강릉 관광객 수도 331만명에서 376만명으로 늘었다.
달빛철도가 지나는 자치단체들은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졌지만,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취약해 그 가치에 비해 덜 알려졌다. 대가야 문화권에 속하는 고령, 합천과 나비축제가 열리는 함평 등이 관광 수요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차 산업과 음식산업 인프라가 발달한 전남 자치단체들은 관련 자원을 상품화해 대구경북과 연계·개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고령성주칠곡)은 "예를 들어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산동 고분군을 비롯한 고령의 대가야 역사 테마 관광지와 미숭산 자연 휴양림, 대가야수목원 등을 영호남이 함께 즐길 수 있다"며 "시야를 넓혀 지리산문화권의 광주 무등산과 거창 덕유산, 합천 해인사, 성주 가야산, 대구 팔공산, 경주 신라문화를 연계한 관광상품도 개발할 수 있다. 달빛철도축의 문화관광자원을 활용한 관광벨트화로 관광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매머드급 국제대회 유치 및 개최를 위한 인프라 구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앞서 대구시·광주시 체육회는 지난해 3월 대한체육회에 2038년 대구·광주 하계 아시안게임 공동 개최 계획서를 제출했다. 대구와 광주 양 지역 체육시설을 활용한 공동 개최의 필수 조건은 두 지역을 신속하게 오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박윤희 대구시 광역협력담당관은 "경제성만을 갖고 따지기보다 정책으로 인한 수백 가지 파급효과를 생각해야 한다"며 "달빛철도 개통으로 수도권 이남 동서 간 원활한 인적·물적 교류가 활성화하면 남부권 관광 개발 및 경제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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