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 '원조' 정치 1번지인 대구 중구남구 선거구가 4·10 총선을 앞두고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현역 임병헌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상대로 같은 당에서만 강사빈·권영현·노승권·도태우·손영준·윤정록·이앵규 등 7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야권에선 더불어민주당의 허소 전 중구남구 지역위원장이 출마했다. (기사·사진 가나다순)
◆ 각자의 소신으로 출사표
만 23세로 TK 최연소 주자인 강사빈 예비후보는 '지역에서 키워낸 중앙정치인'을 자처한다. 그는 "지역에서 정치를 시작하고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성장해서 중앙으로 진출해 목소리를 키워냈다. 이제는 그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제가, 제 자식이 살아갈 지역을 위해 헌신하고 싶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대구시 청년위원장 출신의 권영현 전 대통령직인수위 자문위원은 "대구는 시대가 바뀌어도 정치 가치라는 부분에서는 새로운 변화가 없다. 지금 시대는 경제적 가치, 현실 경제가 민생과 어우러지는 정치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고 했다. 이어 "열정적인 미래형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4번 같이 근무한 경험이 있는 노승권 예비후보는 윤석열 정부 성공의 '키 맨'이 되겠다는 각오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성패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며 "보수정치의 성지인 대구 중구남구에서 국정 비전인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를 만드는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형사변호인 및 민사대리인을 맡았던 도태우 예비후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집권한 문재인 민주당 정권은 건국 이후 도약을 거듭해 온 대한민국을 후진화시켰다"며 "저는 대한민국을 선진화하고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했다.
인쇄골목에서 청년 사업가로 활동하는 손영준 예비후보는 "지역의 여러 문제를 접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라는 진지한 고민의 해답으로 지역민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 출마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지역을 잘 알고 침체된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지역이 요구하는 혁신과 변화의 마인드를 가졌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사무처 출신인 이앵규 예비후보는 "중남구에서 태어나 자라고 배우고 아이들을 키워왔으며 지금도 살고 있다. 95년 중남구에서 처음 정치를 시작했으며, 중남구의 딸로서 중남구 여성들의 삶의 질곡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며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주민들이 짊어지고 있는 고단한 삶의 무게를 나눠가지겠다"고 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현역의 임병헌 의원은 "1년 반의 짧은 의정활동 기간이었지만, 대구지역 국회의원님들과 함께 TK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켰고, 도심 군부대 이전을 위한 MOU도 체결하는 등 성과가 있었다"며 "제가 재선하게 되면, 상임위 간사를 비롯해 일할 수 있는 영역이 그만큼 넓어지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권 유일 주자인 더불어민주당의 허소 전 위원장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대구의 일당 정치 독점은 극복돼야 한다. 제가 그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청와대 행정관, 대구시당 사무처장, 중구남구 지역위원장 등 폭넓은 정치 경력을 갖춰 전국적 관점과 지역의 요구를 잘 연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가장 최근엔 윤정록 씨가 "성실한 국민이 성공하는 선진국의 길을 열고, 대한민국을 위한 봉사와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국민의힘 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 강점만큼 눈길가는 주자별 약점
강사빈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활동을 통해 지금까지 130건이 넘는 논평을 내는 등 정국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중앙당과 교류가 잦은 점이 돋보인다. 하지만 지역 연고가 약하고 병역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게 약점으로 꼽힌다.
강 예비후보는 "중요한 건 동문 표를 가지고 있다는 게 아니라 지역에 대한 높은 이해도"라며 "입대의 경우 당선이 된다면 임기를 마치고 멋있게 다녀오겠다. 아마 당 대표가 마중을 나오실지도 모르겠다"고 자신했다.
권영현 전 위원은 2022년 중구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국민의당 소속으로 21.5%(2위)를 득표해 선전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 흡수합당된 이후 당내 정치지형이 급변했고, 예비후보 등록이 늦어지고 있는 게 약점이라는 지적이다.
권 전 위원은 "재작년 보궐선거에서도 출마 선언이 다소 늦었고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서도 높은 지지율이 나오지 않았지만 본선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냈다"며 "중구남구 동료시민들께서 제 출마의 이유를 보고 잘 판단해주실 것"이라고 했다.
노승권 예비후보는 명덕초, 경상중, 심인고를 졸업한 연고와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엘리트 검사' 출신인 게 강점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여당에 율사 출신이 다소 많다는 지적이 약점이다.
노 예비후보는 "법을 모르고 국회의원을 한다는 건 난센스다. 미국 상원의 90%가 변호사 출신이다"며 "반면 현재 대구 정치권에 율사 출신은 판사를 지낸 주호영 의원 1명뿐이고 검사는 없다"고 말했다.
도태우 예비후보도 수창초, 경상중, 대구고를 졸업한 연고가 강점이다. 또 2022년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18.6%(3위)를 득표,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남긴 '극우적 이미지'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도 예비후보는 "정의, 헌법 원리 등과 관련된 문제는 제가 평생을 다뤄왔던 주제이기에 격렬하고 용기있는 투쟁의 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문제가 아닐 때는 지역민으로부터 너무 부드러워 보인다는 말씀을 듣는다"고 말했다.
손영준 예비후보는 가업을 이어받아 줄곧 중구에서 활동한 만 34세 청년 사업가라는 게 강점이다. 이에 지역 내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중앙 정치권과 관계는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 약점으로 꼽힌다.
손 예비후보는 "다른 후보들이 중앙에서 활동하는 동안 저는 지역에 남아 있어 분명히 힘든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대신 저는 이곳에서 업을 하며 중구남구 지역 사정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한다"고 했다.
이앵규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사무처에서 30년 이상 활동했고, 국회에선 정책연구위원으로 근무하며 여의도 정치권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게 강점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이 첫 출마로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은 게 약점이라는 지적이다.
이 예비후보는 "정치 첫 출발이 늦은 건 맞다. 하지만 신한국당 대구 중구 지구당 여성부장으로 근무를 시작한 이후 30년 이상 당료로 활동한 후보는 전국적으로도 드물다"며 "경험으로 체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인지도를 끌어 올릴 자신이 있다"고 했다.
임병헌 의원은 대봉초, 계성중, 계성고를 졸업한 연고와 3선 남구청장 경력을 바탕으로 현역 프리미엄과 함께 '진짜 토박이'를 자신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하지만 올해 만 70세의 고령이고, 당내 주류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는다.
임 의원은 "물리적인 나이는 의미가 없는 세상이 됐다. 거의 매일 서울과 대구를 오가지만 피곤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라며 "비주류에 가깝다는 말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당 지도부나 원내 지도부와 손발을 잘 맞춰왔고, 용산과도 폭넓게 교류해왔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이밖에 윤정록 예비후보는 낮은 인지도, 허소 전 위원장 지역 내 반민주당 정서를 넘어서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 2016년과 2020년의 기억
현역 포함 8명이 난립한 국민의힘은 임병헌 의원의 컷오프(공천 배제)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 의원으로서는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곽상도 전 의원이 당시 나머지 4명의 예비후보들을 모두 제압하고 경선 없이 단수 공천을 받은 기억을 떠올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부 도전자들은 이번 공천 경쟁이 2016년 제20대 총선과 유사할 것이란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는다. 당시 현역 김희국 의원이 컷오프됐고, 예비후보 중 곽상도 전 의원과 배영식 전 의원이 양자 경선을 벌인 끝에 곽 전 의원이 승리했다.
그해 1월 실시된 매일신문 여론조사에서 ▷김희국 20.3% ▷이인선 18.5% ▷배영식 15.8% ▷곽상도 13.1% ▷조명희 8.8% 순이었으나, 양자 경선엔 3, 4위가 올랐다. 진박(진실한 친박)으로 분류된 곽 전 의원이 유권자의 최종 선택을 받은 것이다.
경선 시 가산점 대상에 누가 포함되느냐가 승패를 가를 수 있다. 특히 중구남구는 대다수 국민의힘 주자들이 ▷정치 신인 ▷청년 ▷여성 가산점 중 최소 1개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추후 공천관리위원회의 '경선 룰' 발표에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
다자 경선에선 단일화 여부도 중요 변수다. 다만 선거전이 과열되고 민심보다는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에 따라 후보자가 결정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공관위가 단수 또는 전략 공천을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당초 달성에서 중구남구로 선거구를 옮긴 곽 전 의원 사례처럼 제3 후보가 전격 등장할 수도 있다.
민주당의 허소 전 위원장은 제21대 총선에서 달서구을에 출마, 28%를 득표했다. 이번 총선에는 고향인 중구남구로 선거구를 옮긴 가운데, 4년 전 이재용 후보가 득표했던 31%를 넘어선다면 경쟁력 있는 여권 무소속 후보 등장 시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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