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내년 총선 출마 안 해…불체포특권 포기 약속한 사람만 공천"(종합)

입력 2023-12-26 16:01:33 수정 2023-12-26 16:21:21

26일 국힘 당사서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
"다수당이 폭주하며 나라 현재·미래 망치는 것 막을 것"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내년 총선 출마와 관련해 지역구는 물론 비례대표로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한 사람만 공천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을 통해 이같은 의지를 내놨다.

수많은 지지자, 취재기자 등이 몰린 이날 현장에서 한 위원장은 "다수당이 폭주하며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수십년간 386이 486, 586, 686되도록 썼던 영수증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며 일성을 내놨다.

그는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이, 운동권 특권세력과 개딸 전체주의와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야권을 향한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 위원장은 "우리는 소수당이고 폭주하는 다수당을 상대해야 하는 지금의 정치구도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만주벌판 독립운동가들은, 칠곡 다부동 전투, 인천상륙작전, 연평해전 영웅들, 백사장 위에 조선소를 지었던 산업화 선각들, 전국 광장에서 민주화를 열망했던 학생들과 넥타이부대들은 어려운 상황이란 걸 알고도 물러서지 않았고, 그래서 대한민국 불멸의 역사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심'"이라며 "이대로 가면 지금의 이재명 민주당의 폭주와 전제를 막지 못할 수도 있다. 저는 용기내기로 결심했다. 그렇다면 헌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이날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을 향한 비판과 동시에 국민의힘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인구재앙이라는 정해진 미래에 대비한 정교한 정책, 범죄와 재난으로부터 시민을 든든하게 보호하는 정책, 진영과 무관하게 서민과 약자를 돕는 정책, 안보와 경제, 기술이 융합하는 시대에 과학기술과 산업 혁신을 가속화하는 정책, 자본시장이 민간의 자율과 창의, 경제발전을 견인하게 하면서도 투자자 보호에 빈틈없는 정책, 넓고 깊은 한미공조 등 세계질서 속에 국익을 지키는 정책, 명분과 실리를 모두 갖는 원칙있는 대북정책, 기후변화에 대한 균형있는 대응정책, 청년의 삶을 청년의 입장에서 나아지게 하는 정책, 어로신들을 공경하는 정책, 지역 경제를 부양하는 정책, 국민 모두의 생활 편의를 개선하는 정책 등을 국민께 보여줘야 한다"며 장황한 설명을 했다.

한 위원장은 "정부여당인 우리 정책은 곧 실천이지만 야당 민주당의 정책은 실천이 보장되지 않는 약속일 뿐"이라며 "그 차이를 십분 활용하자. 정교하고 박력있게 준비된 정책을 국민께 설명하고 즉각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왜 이겨야 하는지', '이겼을 때 동료시민과 이 나라가 어떻게 좋아지는지'에 대한 명분과 희망이 없다면 정치는 정치인의 출세수단일 뿐"이라며 "이 위대한 나라와 동료시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기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무릎을 굽히고 낮은 자세로 국민만 바라보겠다"면서 '국민'이 우선이라는 점에도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겠다. 비례로도 출마하지 않겠다. 오직 나라의 미래만 생각하며 승리를 위해 용기있게 헌신하겠다"며 총선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내년 총선 공천 기준과 관련해 "공직을 방탄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 분들, 특권의식 없는 분들만 국민들께 제시하겠다"면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한 분만 공천할 것"이라고 더했다. 그는 "나중에 약속을 어기는 분들은 즉시 출당 등 강력 조치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꽃다발을 들고 윤재옥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꽃다발을 들고 윤재옥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연설문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난 한 위원장은 이준석 전 당 대표와의 관계 설정을 두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과 진영 상관없이 만나고 경청하겠다"면서 "지금 단계에서 특정한 분들은 전체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진 않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또한 기존의 지도부 해산 여부와 당직 인선에 대해선 "윤재옥 원내대표가 앞에 계신데 승리하는 당을 만들기 위해 가장 좋은 방안을 함께 논의할 것"이라며 "차분히 생각하겠다. 빠른 답보다 맞는 답 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위 '김건희 특검' 조건부 수용 여부를 두고는 "여당을 이끄는 비대위원장이기 때문에 당으로부터 충분히 논의된 내용에 대해 책임 있게 발언하고 그걸 과감하게 실천할 것"이라며 "특검은 총선용 악법이라는 입장은 충분히 갖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수직적 당정 관계라는 그간의 비판에 대해선 "대통령과 여당, 여당과 정부는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각자 할 일을 국민을 위해 하는 기관"이라며 "수직적이니, 수평적이니 이야기 나올 부분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여당인 우리는 소수당이지만 대통령을 보유하기 때문에 정책적 실천력을 갖는다"면서 "서로 보완하고 동반자적인 관계지 누가 누구를 누르고 막고 이런식의 사극에나 나올법한 궁중암투는 끼어들 자리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안동예천)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안동예천)

이날 한 위원장은 안동·예천을 지역구로 둔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는 첫 인선을 단행했다.

초선인 김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안동고,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했다. 21대 국회 입성 후엔 원내부대표, 수석대변인 등을 거쳤다. 1975년생으로 대구경북(TK) 의원 중에선 같은 당 소속 정희용, 김병욱 의원과 함께 40대 3인방으로 불린다.

향후 당직 인선에 있어 40대 등 97세대들이 중용받는 신호탄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