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봉화 등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시·군에 재정 지원 길 열리나

입력 2023-12-20 18:33:40 수정 2023-12-20 21:57:39

20일 국회 행안위서 관련 근거 담은 법안 통과…법사위, 본회의 심사 앞둬
국비 추가 지원 없이 지방비 나눠주는 방식에 불만 목소리도

김교흥 위원장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교흥 위원장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 봉화 등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된 기초지자체에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 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다만 재정 지원을 위한 예산으로 국비를 투입하는 게 아니라 광역자치단체 몫 지방비를 기초지자체에 나눠주는 방식이어서 '정부의 원전지역 홀대가 여전하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취지를 담은 지방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처리했다. 개정법안은 원자력발전으로 발생하는 지방세의 하나인 지역자원시설세의 100분의 20 이하 범위에서 조례로 정하는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방사선비상계획구역 관할 시·군·구에 배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는 지역자원시설세를 원전이 소재한 지역 시·군에만 배분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한 것이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란 원전에서 방사능 재난이 발생할 경우 주민 보호 등을 위해 비상 대책을 강구하도록 한 곳(반경 30㎞)으로 전국 시·군 28곳이 해당한다. 경북에선 경주와 울진, 포항, 봉화 등 4곳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시·군은 원전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방재·방호 계획을 짜고, 주민 대피 훈련 등을 해야 한다.

문제는 원전 소재지인 경주와 울진 등은 지역자원시설세 지원을 받아 사정이 낫지만 나머지 시·군은 아무런 예산 지원도 없이 훈련 등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됐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전국 시·군들은 지속해서 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해 왔다.

이에 정부가 가칭 원자력안전교부세 항목을 만들어 예산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한 각종 법안들이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국비 지원에 난색을 표하며 강하게 반대했고 세목 신설 대신 지역자원시설세 일부를 떼주는 방식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경북의 올해 지역자원시설세 규모가 748억원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최대 150억원 정도가 포항, 봉화 등 시·군 몫으로 할당된다.

수혜를 보게 될 시·군 입장에선 환영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국비가 추가되는 게 아니라 지방비를 나누는 방식이어서 정부의 원전 지역 지원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역자원시설세 상당 부분 손실이 불가피한 광역자치단체들은 행정안전부에 일제히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역 관가의 한 관계자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된 기초지자체들도 새로운 세목을 만들어달라는 요구였지 이런 식의 쪼개기 지원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시·군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이 기재부 반대로 국비 확보가 여의치 않자 꼼수를 부리는 격"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