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다음 총선에서 야당이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며 "그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으며, 총선 후 문제 조항을 수정한 새 특검법을 낼 경우 수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건희 특검법'은 전형적인 정략의 산물이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은 문재인 정권 때 친정부 검사들이 1년 8개월간 탈탈 털었지만 김 여사의 혐의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특검으로 다시 뒤지겠다는 것은 '김건희 주가 조작 의혹'을 재점화해 내년 총선 때 여권 타격용으로 써 먹으려는 속셈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특검법의 독소 조항들을 보면 그런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수사 과정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제2조)부터 그렇다. 확인되지 않은 김 여사 피의 사실을 지속적으로 공표해도 막을 수가 없다. '허위 사실'이 '특검 브리핑'이라는 권위를 업고 사실로 둔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한다'(제3조)도 마찬가지다. 민변 출신 등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야당이 원하는 인물이 특검이 된다는 소리다. 정해 놓은 목표에 끼워 맞추기 수사가 될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특검의 수사 기간도 문제다. 특검법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2주간의 특검 임명 절차와 20일의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2월 중순부터 70일 동안 수사가 이어지도록 규정했다.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총선 기간과 겹치는 것이다. 이 기간 중 '김건희 이슈'는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다.
이런 사실들에 대한 지적은 야당에도 부담이다. 어떻게 설명해도 특검법 강행의 목적이 '총선용 선전·선동'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그런 만큼 28일 강행 처리하지 말고 독소 조항을 제거해 내년 총선 이후 처리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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