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이 가톨릭 사제가 동성 커플에게 축복을 내려도 된다고 결정한 이후 미국 등 가톨릭 사회에 환영과 동시에 반발이 나오고 있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교리 선언문에서 "동성 커플이 원한다면 가톨릭 사제가 이들에 대한 축복을 집전해도 된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당 선언문을 공식 승인했다. 다만 축복은 교회의 정규 의식이나 미사 중에 집전해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19일(이하 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교황청이 동성 커플 축복 결정을 발표한 지 하루 뒤인 이날 남성 커플인 제이슨 스티들 잭(38)·데이미언 스티들 잭(44) 부부가 뉴욕 맨해튼에서 예수회 소속 제임스 마틴 신부로부터 축복을 받았다.
동성 커플 축복이 혼인성사의 정식 축복과 혼동되지 않도록 교황청의 경고에 따라 마틴 신부도 사제복(수단)이 아닌 일반 정장 차림으로 숙소 거실에서 이들에게 축복했다.
마틴 신부는 "주님의 은총과 가호가 있기를"이라고 말하며 부부의 어깨에 손을 얹자 이들 커플은 살짝 고개를 숙이고 손깍지를 꼈다.
이어 "전능하신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이라고 한 뒤 손으로 성호를 그으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이라고 밝혔고, 세 사람은 서로 껴안았다.
마틴 신부는 "이런 날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공개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보수적 세력이 강한 미국 가톨릭계의 반응은 환영과 반대로 나뉘고 있다.
성소수자 포용에 앞장선 뉴욕에서는 이번 소식으로 일부 사제들이 신자들을 위한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보수파 사제인 뉴욕 성가족성당의 제럴드 머리 신부는 "나는 본질적으로 심각한 죄가 되는 성적 관계로 결부된 두 남성이나 두 여성에게 절대로 축복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교황이 동성애 행위와 간통의 부도덕성과 관련된 가톨릭 교리를 옹호하는 사제들을 끔찍한 입장으로 몰아넣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적 가톨릭 매체에 속하는 '라이프사이트뉴스'도 이번 결정에 대해 "'교회가 죄가 되는 관계를 축복할 수 없다'는 가톨릭의 가르침과 모순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주교회의는 성명을 통해 일반적인 축복과 혼인성사 간의 차이를 강조하고 나섰다. 치에코 노구치 미 주교회의 대변인은 "가톨릭교회의 결혼에 대한 가르침은 바뀌지 않았다"며 "우리 각자가 삶에서 주님의 치유하는 사랑과 자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교회는 사제 개인의 축복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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