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삶 기리려 2020년 기념사업회 설립…매년 '박동준상' 시상식 개최
"한 사람이 가진 선한 영향력이 많은 이들에게 닿고, 그 사람들이 또 각자의 위치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참 감사한 일이죠. 마지막까지 문화예술에 대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한 고(故) 박동준 선생이 남긴 뜻을 잘 이어나가려 합니다."
대구 1세대 패션디자이너 고 박동준 선생(1951~2019)은 대구가 문화예술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힌다.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섬유 및 패션산업의 선진화에 앞장서고 대구의 위상과 품격을 전세계에 알리는 데 힘쓰는 한편, 예술인들을 위한 아낌 없는 지원도 남몰래 베풀었다.
너무 일찍 평안의 세계로 떠나버린 그의 삶을 기리고 자취를 따라가고자 하는 이들이 뜻을 모아, 2020년 (사)박동준기념사업회가 설립됐다. 최근 만난 윤순영 박동준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오히려 그가 떠난 뒤 그와 인연이 있던 사람들이 더 끈끈하게 힘을 모으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일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며 "그의 가치에 공감하고 함께 뜻을 이어나가는 분들이 참 자랑스럽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매년 박 선생의 기일인 11월이면 생전 그가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던 공간인 갤러리 분도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예술을 사랑하는 그의 정신을 후대에 전하고자 제정한 박동준상 시상식이 열리기 때문. 패션과 미술 부문을 매년 교차 시상해왔으며, 지금까지 장소영 디자이너, 미디어아티스트 듀오 작가 뮌, 이혜연 디자이너, 민성홍 작가가 수상했다.
윤 이사장은 "박동준상 5회째인 내년부터는 패션·미술 격년제 시상을 매년 함께 시상하는 것으로 바꾸려 한다"며 "패션디자이너를 대상으로 한 상이 많지 않다. 항상 후진 양성에 힘써왔던 박 선생의 뜻을 이어가는 한편, 그의 업적과 생각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이너들이 더 넓은 세상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 것"이라고 했다.
갤러리 분도에서는 일년 내내 전시도 쉼없이 이어진다. 갤러리 분도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작가들을 초대하는 '오마주 투 박동준' 기획전시를 비롯해 젊은 미술인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카코포니' 전시가 대표적이다. 특히 카코포니 전시는 미술대학을 갓 졸업한 신진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그들에게는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박 선생의 뜻에 따라, 2006년부터 17년간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윤 이사장은 책 발간과 패션쇼 등 앞으로의 소망을 내비쳤다. 그는 "박 선생이 1978년 펴낸 '복장의 심리'라는 책이 있다. 생전에 재정리해서 출판하고 싶어했는데, 그 꿈을 이뤄주고 싶다"며 "또한 정점식, 이명미 등 작가와 컬래버레이션한 패션 작품을 선보였던 그의 활동을 기려, 박동준상 수상자들과 제자들이 함께 하는 컬래버레이션 패션쇼를 열고 싶다"고 했다.
"결국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은 그가 살아있었다면 당연히 했을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모든 일들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법인이 건강해야 사업을 잘 꾸려나갈 수 있으니 투명하고 정직한 운영을 우선으로, 모범적인 법인으로 만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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