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에 빗장 거는 미·유럽…국경 폐쇄하고 제3국 보내고

입력 2023-12-20 15:39:14 수정 2023-12-20 19:01:04

미, 멕시코 접경 다리·검문소 폐쇄…연말 성수기에도 이례적 강수
난민 제한 이어 합법이민도 조이는 英…佛도 문턱 높인 이민법 의회 통과

이민법 개정에 반대하는 프랑스 불법체류 근로자들이 18일(현지시간) 파리 시내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프랑스 상·하원은 19일 프랑스로의 이민 문턱을 높이고 인력 부족 직군에 종사하는 불법 체류자들에게 한시적 체류 허가를 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연합뉴스
이민법 개정에 반대하는 프랑스 불법체류 근로자들이 18일(현지시간) 파리 시내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프랑스 상·하원은 19일 프랑스로의 이민 문턱을 높이고 인력 부족 직군에 종사하는 불법 체류자들에게 한시적 체류 허가를 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연합뉴스

미국, 유럽 등 서방 선진국들이 급증하는 이민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민자를 막기 위해 미국은 멕시코와의 국경에 있는 교량을 폐쇄했다. 영국 정부는 이민자를 르완다로 보내는 '르완다 정책' 강행에 나섰고, 프랑스도 이민법을 개정해 문턱을 높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텍사스주, 애리조나주, 캘리포니아주에서 멕시코와 접경지역에 위치한 다리와 검문소들을 폐쇄했다다. 불법 이민자들이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역량과 통행량이 급증하는 연말에 이례적으로 고강도 조치에 나선 것이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이날 멕시코에서 텍사스주로 들어오는 이글패스 등의 철교 2곳을 폐쇄했다. 자가용들이 지나는 또 다른 국경 교량의 차선은 한 개로 줄였다. 앞서 CBP는 애리조나주 루크빌의 국경 검문소,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외곽의 샌 이시드로 도보 검문소도 폐쇄했다.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가 늘면서 미국은 강경책을 동원하고 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전날 주 사법당국이 불법 이민자를 직권으로 체포, 구금해 멕시코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텍사스주가 미 연방정부의 권한을 침범한 것이라며 외교적으로 이의제기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상·하원을 통과한 이민법 개정안에 항의하는 좌파 선거연합정당 뉘프(Nupes·신사회생태인민연합) 의원들이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상·하원을 통과한 이민법 개정안에 항의하는 좌파 선거연합정당 뉘프(Nupes·신사회생태인민연합) 의원들이 '자유' '평등' '박애'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이민법 개정안은 프랑스로의 이민 문턱을 높이는 내용이 골자다. 연합뉴스

유럽에서도 이민 문제 논의가 한창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4월 영불해협을 건너오는 난민 신청자들을 줄이겠다며 '르완다 정책'을 발표했다.

르완다 정책은 영국에 들어온 난민 신청자들을 6천400㎞ 떨어진 르완다로 보낸 뒤 르완다 정부의 심사를 받아서 난민 등의 지위를 근거로 현지에 정착하거나 제3국에 난민을 신청하도록 하는 구상이다.

영국 대법원에서 난민 신청자들이 본국으로 강제 송환될 위험이 있다고 위법 판결했지만 영국 정부는 강행 태세다. 법안 수정안을 의회에 제출해 하원에서 가결됐다.

영국 정부는 '합법 이민'의 문턱도 높였다. 취업비자를 후원하기 위한 숙련 노동자의 최저 임금 기준을 50% 올렸다. 일손 부족 직종에는 최저 임금 기준을 20% 낮게 적용하는 혜택을 없애고 직종마다 별도 금액을 정했다.

독일도 '르완다 정책' 시행에 나섰다. 독일 중도 보수 성향의 제1야당 기독민주당(CDU·기민당)은 최근 정책 보고서에서 르완다 정책식 이민 정책을 발표했다. 독일과 EU에 들어오는 난민을 줄이고 난민 심사 기간 이들을 가나, 르완다, 몰도바, 조지아 등 아프리카나 비(非)유럽연합(EU) 국가로 보내자고 제안했다.

유럽 다른 국가들도 르완다 정책을 눈여겨보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난민 신청자들을 알바니아로 보내자고 주장했고 오스트리아 역시 이 정책에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최근 이민자 갈등 증가로 몸살을 앓았던 프랑스에서는 이민법이 상원과 하원을 통과했다. 이민 문턱을 높이고 인력 부족 직종에 종사하는 불법 체류자들에게는 한시적으로 체류 허가를 내주는 게 핵심이다. 지금은 프랑스에서 외국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자녀가 성년이 되면 자동으로 프랑스 국적을 받을 수 있지만 법 개정에 따라 자녀가 16∼18세 때 국적 취득을 신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