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여야의 분화와 신당 창당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인적쇄신을 바탕으로 한 혁신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거야(巨野)는 수적 우위를 앞세워 사사건건 밀어붙이고 있고, 여권은 국정 운영 기조를 관철하겠다며 사투를 벌이면서도 총선 승리라는 절체절명의 명제를 놓고는 물불 안 가리는 모양새다. 그 와중에 '게임의 법칙'에 있어선 이해에 따라 짬짜미다. 총선 룰의 기본인 선거구 획정은 감감무소식이고, 비례대표제 개혁 논의 역시 진전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총선 코앞에서 중앙선관위가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냈음에도 처리는 난망하다. 현행 국회의원 정수(300명)와 지역구 의원 수(253개) 유지를 전제로 만든 초안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는 총선 1년 전까지 지역구를 획정해야 한다. 고도의 대화와 타협이 요구되는 사안인데 여야는 의원 정수를 조정하거나 비례대표 의원 수를 줄이는 방안에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러다가는 밀실에서 선거구의 근간인 시·군·구 같은 행정구역을 이리저리 쪼개고 갖다 붙이는 게리맨더링이 되풀이되는 건 보나 마나다.
비례대표제 개혁 논의는 지켜보기 민망하다.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채택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공약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주판알 두드리기에 분주하다. 연동형제는 현실적으로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출현을 막아낼 수단이 없다는 게 허점이다.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않더라도 '태극기 부대' '개딸' 등의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은 친(親)국민의힘이나 친민주당 같은 짝퉁 정당이 급조될 가능성이 높다. 21대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소뿔을 뽑으려다 소를 잡는 결과를 낳고 만다는 의미다.
특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주당과 정의당, 바른미래당, 평화당 등 4당이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고 통과시킨 법이다. 선거제 개편에 있어 주요 정당 간 합의라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관행을 팽개친 것이었다. 총선에서 문제가 드러나자 여야는 정치개혁특위 수술대에 올렸지만 공전을 거듭해 왔다. '2+2협의체'(국민의힘‧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정개특위 간사)의 물밑 대화에서도 속 시원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내 편에 유리한 쪽으로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러는 사이 정치 신인들은 또 기울어진 운동장에 올랐다. 역대 총선에서 선거구 획정 시기는 18대의 경우 선거일 47일 전, 19대 44일 전, 20대 42일 전, 21대 39일 전이었다. 당장 예비후보자 등록이 12일 시작됐지만, 언제 어떻게 선거구가 바뀔지 모르는 현실 속에 깜깜이 선거운동이 불가피해졌다. 선거사무소 설치나 명함 배부, 어깨띠 착용 같은 활동에 힘이 실릴 리 없다. 여야가 혁신을 외치는 것과는 달리 기득권을 가진 현역 의원의 '그들만의 리그'로 정치 신인의 진입을 막고, 정치 개혁의 걸림돌이 되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애꿎은 피해가 인적·물적 열세의 정치 신인에게만 돌아가는 게 아니다. 대진표가 늦게 완성되면 유권자의 선택 폭이 좁아져 참정권이 심각하게 훼손된다. 또 그만큼 선거 관리의 어려움이 커진다. 안 그래도 선거구 획정뿐 아니라 비례대표제 등 다른 선거제도 개편 문제가 맞물려 있어 개점휴업 상황이 이어지리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여야를 막론하고 현역 의원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미루는 것이라는 지적에 당사자들은 무어라고 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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