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구호품 창고 탈취 등 범죄 증가…"공권력 무너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교전이 격화하면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덮친 인도주의 참사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식량 부족 문제가 이어지고 공공질서가 무너지면서 현지 주민은 굶주림은 물론 곳곳에서 벌어지는 약탈 행위까지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 유니스에서는 최근 주민들이 유엔 구호품 창고에 침입해 식량을 탈취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스라엘군 공습을 피해 가자시티에서 칸 유니스로 피난민이 대거 유입돼 인구가 두 배가량 늘면서 식량난이 악화한 결과다.
창고가 털리면서 유엔은 이날 배급할 예정이었던 구호품을 모두 잃었다. 지금 상황으로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만 겨우 구호품을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칸 유니스에는 제한적 보급만 가능하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이날 "우리의 인도주의 프로그램은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구호품이 약탈당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런 상황은 지난 1일 일시 휴전을 끝낸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에 이어 남부로 작전을 확대하면서 나타났다.
이스라엘군이 칸 유니스를 포위하고 시내 중심부에 진입, 지상전을 본격화하자 이미 인구 과밀화 상태였던 이곳은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가자지구 주민 야스민 가님(30)은 "집에 아이를 포함해 14명이 넘게 사는데 내일까지 빵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재앙과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금 밀가루 한 봉지를 사려면 100달러(약 13만 원)를 줘야 한다고 가님은 전했다. 전쟁 이전 대비 20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그마저도 동나 구하기 어렵다.
6일 기준 가자지구에 진입한 구호품 트럭은 80대로, 앞서 일시 휴전 기간 평균 170대가 투입됐던 데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가자지구 북부 인구 절반과 남부에 머무는 피란민 다수가 재앙 수준의 기아를 겪고 있다고 세계식량계획(WFP)은 진단했다.
WSJ은 전쟁이 길어지면서 가자지구 내 공권력이 붕괴했다고도 평가했다.
역내 약탈과 절도 등 범죄가 증가한 건 지난 16년 동안 권위주의 통치 체계를 유지했던 하마스가 통제력을 잃었다는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현지 주민들도 10월 7일 개전 이후 경찰 등 보안 당국이 힘을 잃으면서 치안과 관련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가운데 민간인 인명 피해도 속수무책으로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 당국은 누적 사망자가 1만7천 명을 넘었다면서 희생자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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