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부지리 주민들 "'우르르 쾅' 소리에 지진 직감, 7년 전 악몽 떠올라 공포"

입력 2023-11-30 17:44:11 수정 2023-11-30 21:10:06

경주 4.0 지진 발생…올해 발생 지진 중 두번째 규모
2016년 피해 심했던 부지1리, 그 당시 강한 흔들림에 덜덜
다행히 큰 안전 사고는 없어

30일 오전 4시 55분쯤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km 지점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에서 규모 4.0지진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경주시 내남면의 한 주민이 주택 외벽을 살펴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30일 오전 4시 55분쯤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km 지점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에서 규모 4.0지진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경주시 내남면의 한 주민이 주택 외벽을 살펴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30일 오전 경주시 동남동쪽 19km 지점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내남면 마을 주민이 주택 외벽을 살펴보고 있다. 경주 내남면은 2016년 9월12일 일어난 규모 5.8 지진의 진앙지이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30일 오전 경주시 동남동쪽 19km 지점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내남면 마을 주민이 주택 외벽을 살펴보고 있다. 경주 내남면은 2016년 9월12일 일어난 규모 5.8 지진의 진앙지이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이 1978년 지진관측을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였다. 이 지진으로 경주시민 23명이 다쳤고 재산피해도 110억여 원에 달했다.

지진 발생 7년여가 지난 30일 오전 4시 55분 또 다시 경주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날 지진은 올해 발생한 지진 가운데 지난 5월 15일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5의 지진에 이어 2번째로 규모가 컸다. 육상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였다. 규모 4.0 이상 지진이 발생하면서 긴급재난문자는 전국으로 발송됐다.

30일 오전 2016년 지진 진앙지로 큰 피해를 겪은 경주시 내남면 부지1리를 찾았다. 이 마을엔 65가구 150여명이 사는데 주민 대다수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이곳 주민들은 이날 지진으로 "2016년 악몽이 다시 떠올랐다"며 불안해했다.

최두찬(63) 부지1리 이장은 "우르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집이 흔들렸다"며 "예전 지진을 겪은 탓에 지진이란 걸 직감했고, 제법 큰 진동에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강한 흔들림에 마을에 피해가 없는지 밖으로 나가 확인했는데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했다.

이 마을 곳곳엔 2016년 지진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박도순(72) 부녀회장의 집에선 균열이 생긴 벽과 화장실 타일 등 파손이 크지 않아 보수하지 않고 내버려둔 곳이 여러 군데 보였다. 그가 안내한 한 집은 담벼락 10여m가 무너진 그대로 남았다.

지진의 흔적처럼 박도순 부녀회장의 마음에도 7년 전 생채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는 "긴급재난문자 소리가 나며 땅이 흔들릴 때 2016년 지진이 떠올랐다"며 "겁이 나 다시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지진 발생 직후를 떠올렸다.

이날 지진은 이 마을에서 직선거리로 21㎞ 가량 떨어진 경주시 문무대왕면 입천리 쪽에서 발생했다. 직선거리로 월성원전과는 10㎞,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과는 8㎞ 가량 떨어진 곳이다.

다행히 두 시설 모두 지진으로 인한 안전 관련 특이사항은 발생하지 않았다.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진이 발전소에 미친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경주 방폐장에서도 안전과 관련한 특이사항은 나오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점검 결과에서도 국내 모든 원자력시설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경북에서는 지진을 느꼈다는 신고가 총 59건 접수됐고 대구에서는 15건의 유감 신고가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