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새벽 경주에 규모 4.0 지진…올해 들어 벌써 99차례, 역대 네번째로 잦아
원전 몰려 있는 동남권 '국내 지진 위험 지대'…최악의 사태 대비해야
한반도 지진이 갈수록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주·포항 등 동남권에 집중되고 있다. 활성단층이 얽혀 있는 동남권에는 원전 시설까지 몰려 있어 최악의 사태를 상정한 만반의 대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오전 4시 55분쯤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 지점(경주시 문무대왕면)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육상 지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본진 이후 모두 7차례의 여진도 발생했다.
이날 지진으로 주민들은 공포와 불안에 떨었다. 이 곳은 국내 관측 이래 역대 최대 규모(5.8)로 2016년 9월 12일 발생한 경주 내남면과 가깝다. 이듬해 11월 15일에는 역대 가장 큰 피해를 낸 포항 지진(5.4)까지 잇따랐다.
애초 기상청은 지진파 중 속도가 빠른 P파만 분석해 이날 경주 지진 규모를 4.3으로 추정하고 전국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 뒤 추가 분석을 거쳐 규모를 조정했다. 지진 발생 후 8초 만에 긴급재난문자가 나갔다. 내륙 지진의 경우 규모가 4.0 이상이면 발생지가 어디든 전국에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된다.
곧이어 행정안전부는 지진 위기 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 1단계를 가동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경북 59 건 등 이날 하루 모두 130여건의 지진 감지 신고가 접수됐으나 인적, 물적 피해는 없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인근 월성 원자력발전소 등 전국 원전 시설도 정상 가동 중이다.
이번 지진은 다행히 별다른 피해 없이 지나갔지만, 원전 시설이 몰려 있는 경주·포항 등 동남권이 '국내 지진 위험 지대'라는 점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곳은 2016년 9월 12일 국내 계기 지진 관측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9·12 지진)이 발생했던 곳과 가깝다.
경주 남남서쪽 8.7㎞ 지점에서 발생한 9·12 지진은 발생 직후엔 양산단층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됐다가 추후 별도의 단층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학계에서는 '내남단층'이라고 이름 붙여진 양산단층과 덕천단층 사이 활성단층을 9·12 지진 원인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를 수행한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난해 원자력안전규제정보회의에서 내남단층 최대 면적을 38.44㎢로 추정했다. 한 번의 지진 단층 운동으로 내남단층 최대 면적이 파열되면 규모 5.6 지진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규모가 5.0만 돼도 제2차세계대전 때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과 에너지 양이 비슷하다.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해 일본과 같은 강진지역이 아닌 '중약진 지진대'로 분류되지만 위험한 규모의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활성단층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지진에 관한 역사적 기록과 활성단층의 규모로 볼 때 한반도에서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9·12 지진을 계기로 시작된 한반도 단층구조선 조사에서 14개 활성단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 디지털 지진계로 관측을 시작한 1999년 이후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연평균 70.6회 발생했다. 아직 한 달이 남은 올해에는 이미 99회가 보고됐다. 역대 네 번째로 잦다.
특히 경주·포항 동남권에 지진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지진이 가장 잦았던 시기는 2016년 9·12 지진과 2017년 11월15일 포항 지진(규모 5.4)의 영향이 있었던 2016~2018년 이었다. 원전이 몰려 있는 동남권 인근 지역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최악의 사태를 상정해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9·12 경주 지진 이후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200㎡ 이상 건축물에 대한 내진 설계를 의무화했으나 기존 건축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내진 성능을 가진 국내 건물 비율은 전체의 15%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는 2016년 경주 지진을 계기로 범부처 사업단을 구성해 2041년까지 전국 활성단층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 지진 취약 지대를 보다 세밀하게 살피기 위해서다.
지진 전문가들은 "정부가 활성단층에 대한 전수조사를 보다 이른 시일 내에 완료해야 한다. 땅 밑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아야 적절한 준비와 대처가 가능하다. 지진을 완벽하게 예측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지진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 등 재난 대응체계도 보다 촘촘하게 재구축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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