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이공대 모델테이너 시니어 학생 인터뷰
배움에 대한 욕망이 모델의 길로 이끌어
몸 관리 위한 꾸준한 운동, 건강에 큰 도움
지난 28일 오후 5시쯤 찾은 대구 펙스코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 '제1회 영남이공대 모델테이너과 졸업패션쇼'를 앞두고 리허설이 한창이던 이곳에서 시선을 끄는 이들이 있었다. 20대의 모델테이너과 1·2학년 재학생들과 무대에 함께 오른 열댓 명의 시니어 모델.
웃음기 없는 담담한 표정을 짓는 20대 재학생들과 달리 시니어 모델들은 한껏 여유로운 미소를 품은 채 무대를 즐겼다. 이들 역시 영남이공대 모델테이너과 학생들로 늦깎이 나이에 '모델'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나섰다.
만학도. 배움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 최근 인생 제2막에서 '시니어 모델'에 나서는 이들이 많다.
영남이공대 모델테이너학과 1학년 한상섭(70) 씨와 손순남(65) 씨를 만나 늦은 나이에 '모델'에 나선 이유를 들어봤다.
◆배움에 대한 욕망이 이끌어… 건강 챙기기는 덤
이들이 '모델'에 주목한 건 배움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평생 무엇을 배우고자 하는 욕망이 마음 깊이 있었고,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이것저것 도전해 보자라는 충동이 모델로 이끌었다고 했다.
한상섭 씨는 "호기심이 많아 모델학과에 나서게 됐다. 영원히 철들지 않은 남자로 살고 싶은 충동이 모델의 길로 안내했다. 본업에 충실하면서 평생 배워야 한다는 욕망이 많다"라며 "모델 공부를 하며 몸동작과 표정으로서 남과 대화를 할 수 있어 좋다. 꼭 직업이 아니더라도 자기 스스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노화의 과정에서 '모델'은 신체 교정과 내적 수양에도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들은 평소에도 몸 관리를 꾸준히 나서면서 아름답고 건강한 노년기를 꿈꾸고 있었다.
손순남 씨는 "2019년 대구시 제1회 홍보모델로 선정된 이후 올해 5년째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바른 자세와 워킹이 노화의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된다. 또 무엇을 계속 배운다는 행위로 내적, 외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걸 느낀다"라며 "요가, 필라테스 등을 꾸준히 하며 건강관리를 한다. 무엇보다 자녀들에게 부모가 노후에 건강히 지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한 씨와 손 씨는 학교를 '취미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학교는 딱딱한 직장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와 함께 웃고 떠들며 공부하다 보니 어느덧 하나의 '놀이 공간'이 돼버린 셈이다. 특히 이들은 20대 학우들과 어울리기 위해 스스럼없이 다가간다.
손 씨는 "학교에서 고급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20대 친구들과의 소통에도 문제없다. 함께 유행하는 릴스도 찍어 SNS에 업로드 한다. 학교에 오면 나이가 젊어진다는 느낌이다"라며 "모델 수업뿐만 아니라 세계문화유산 강의 등 교양 과목도 재밌다. 예전에 입시 위주로 공부를 했던 터라 역사가 피부로 잘 와닿지 않았지만 지금은 여행도 많이 다니며 실전에서 접하는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니 교양 과목도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내면에 숨겨진 끼가 있다'는 둘은 끝으로 무대 위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며 가족과 직장 동료들에게 자극제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한 씨는 "무대에 선다는 것은 내가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표정이나 인상, 몸의 자세가 상대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부분이다. 모델 공부를 하며 당당함을 배웠다"라며 "젊은이나 나이 든 분도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 많다. 모델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주변에 적극 권유할 예정이다. 멋지게 살다 멋지게 죽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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