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외교장관, "3국 정상회의 재개에 노력할 것" 합의

입력 2023-11-26 18:21:34 수정 2023-11-26 20:37:15

26일 부산 누리마루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개최
박진 외교장관 같은날 오전 한중·한일 장관 회담 가져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APEC누리마루에서 열린 한일중외교장관회의에서 한일중 외교장관이 나란히 서 있다. 왼쪽부터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박진 외교부 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연합뉴스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APEC누리마루에서 열린 한일중외교장관회의에서 한일중 외교장관이 나란히 서 있다. 왼쪽부터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박진 외교부 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연합뉴스

한국·중국·일본 3국 외교장관이 26일 부산에서 4년여 만에 회의를 갖고 3국 정상회의 준비를 가속하기로 합의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1시간 40여 분간 3국 외교장관 회의를 한 뒤 "그간 코로나19 등 여러 여건으로 인해 한동안 3국 협력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오늘 회의에서 세 장관은 3국 협력을 조속히 복원하고 정상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회의에선 ▷정체된 정부 간 협의체를 적극 가동해 3국 협력 제도화를 공고히 할 것 ▷3국 국민이 체감할 실질협력을 발굴하며 ▷3국 협력이 역내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도록 저변을 확대하는 것을 향후 '3대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한편 박 장관은 3국 장관회의에 앞서 이날 오전 한중,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따로 갖고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APEC누리마루에서 열린 한일중외교장관회의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APEC누리마루에서 열린 한일중외교장관회의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중 외교장관…中 "한반도 상황 우려, 도움되는 역할할 것"

왕이 외교부장은 이날 박진 외교부 장관과 부산의 한 호텔에서 가진 2시간가량의 양자 회담에서 현재 한반도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중국이 상황 안정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박 장관은 북한의 최근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북·러 협력 등 한반도 문제를 거론하면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장관은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정면 위반하고 한국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9·19 남북 군사합의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조항을 정부가 지난 22일 효력정지한 것은 '국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북한이 그 대응으로 9·19 군사합의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위협을 가하고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에 대한 왕 위원의 반응과 관련해 "그동안 밝혀왔던 중국의 기본적 입장에 기반해 생각을 설명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이는 각 당사국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양비론적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시 주석 방한 문제와 관련해 양측이 고위급 교류의 중요성에 공감대가 있고 계속 소통해 나가고 있다"며 "그 맥락에서 이 부분도 서로 의견교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 장관은 한중관계 발전에 경제협력이 중요한 원동력이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변화된 대외환경에 맞춰 호혜적 실질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는데,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도 가능한 경제협력 영역을 계속 확보해 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회담 분위기에 대해 "전반적으로 진지하고 우호적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소개했다.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APEC누리마루에서 열린 한일중외교장관회의에서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APEC누리마루에서 열린 한일중외교장관회의에서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외교장관…日 "위안부 피해자 日대상 승소 판결 후속 조치"

박진 장관은 이날 오전 부산의 한 호텔에서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약 85분간 회담했다.

한일 장관은 지난 23일 서울고법에서 나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승소 판결에 대해 입장을 주고받았다.

일본 정부는 해당 판결이 나온 당일 강하게 항의하면서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한국 정부가 강구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이런 일측 입장을 박 장관에게 다시 전달했으며, 박 장관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양국 간 공식 합의로서 존중한다"는 한국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장관은) 합의문에 나와 있듯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해 나가기 위해서 양국이 노력해야 하며, 이런 가운데 양국이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계속 모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두 장관은 지난 22일 북한의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북러 무기거래 등 북한 문제에 대해 한일·한미일이 계속해서 긴밀히 대응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아울러 4년 만에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재개된 만큼 3국간 협력 프로세스를 더욱 활성화하고 3국 정상회의가 조기에 개최될 수 있도록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

그는 "미래지향적이고 건설적인 한일관계 발전을 전반적으로 모색하는 가운데 당연히 있는 현안에 대해서는 잘 관리하면서 지혜를 모아 극복해 나가자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