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에쓰오일, ‘유해화학물질 유출 의혹’ 관련 낙동강환경유역청 뒷북 점검…추가 점검 예정

입력 2023-11-17 17:08:13 수정 2023-11-17 17:41:06

낙동강환경유역청, 의혹 관련 1차 현장점검 마쳐...조만간 추가 점검 실시
노웅래 "에쓰오일 온산공장 통합허가심사 과정서 악취 부분 누락됐는지 철저한 점검 필요"

에쓰오일 안와르 알 히즈아지 CEO
에쓰오일 안와르 알 히즈아지 CEO

에스오일(S-Oil) 온산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 유출 의혹이 발생한 가운데, 낙동강환경유역청이 뒤늦게 이와 관련한 현장점검을 실시해 '뒷북 행정'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5일 낙동강환경유역청이 해당 의혹 관련 1차 현장점검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에쓰오일 유해화학물질 유출 의혹은 지난달 익명 커뮤니티를 통한 내부고발에서 시작됐다. 회사 소속을 인증 받아야만 글을 쓸 수 있는 해당 커뮤니티에서 에쓰오일 채널에 '정유2팀 대기로 적당히 배출시키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랐다. 글 게시자는 "안전회의하는데 조정실하고 현장에 냄새나서 죽겠다. 외부기관에 신고하면 감당하실 수 있겠는가"라고 적었다. 이에 "일단 익명으로 신고하고 봅시다. 공갈포만 날려 봐야 회사는 눈도 깜빡 안한다", "정유 2팀 밤만 되면 배출한다 진짜", "신고하고 조업 정지먹고 시설개선합시다" 등 내부 직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잇따라 의혹에 대한 댓글을 게시했다.

유해화학물질 유출 의혹에 대한 제기가 있었지만 낙동강환경유역청은 그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취재 결과 일부 언론에 해당 의혹이 제기된 뒤에도 점검의지를 보이지 않았던 낙동강환경유역청은 노웅래 의원실에서 관련 자료를 요청하자, 뒤늦게 점검을 진행했다.

결국 에쓰오일 내부에서 의혹이 제기된지 한달이나 지난 지난 15일 점검이 진행된 결과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에쓰오일 관계자 면담에서 클레이 필터(Cray Filter) 교체 시기에 악취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클레이 필터는 등유에 녹은 계면활성제, 금속화합물 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노웅래 의원은 "클레이 필터 공정은 밀폐 공정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악취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에쓰오일 온산공장이 통합허가심사 과정에서 악취 부분이 누락됐는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현대오일뱅크 폐수 무단배출 사태와 같이 정유업계의 국민 안전과 환경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며, "정유업계의 도덕적 해이는 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점검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만간 낙동강환경유역청도 유해화학물질 유출 관련 추가 현장점검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뒤늦은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의혹이 내부에서 제기된 순간 점검을 통해서 문제점을 파악했어야 한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기업에 대한 안전, 환경오염 등의 점검은 조금도 늦어지거나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라며 "언제 어디서 사고가 발생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5월 20일 에쓰오일 온산공장에서는 폭발 화재 사고가 발생해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원·하청 근로자 9명이 다쳤다.

사고는 밸브 정비 작업 과정에서 사전 위험성 평가가 매뉴얼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밸브 개방 과정에서 화학물질인 부탄(C4) 누출 우려가 있었는데도, 덮개판(맹판) 설치 등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