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향사랑기부제 초라한 성적표, 갈 길 멀어도 안착시켜야

입력 2023-11-14 05:00:00

시행 1년을 앞둔 '고향사랑기부제'의 흥행이 저조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자발적 기부로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지역 특산품 답례품 제공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자던 야심 찬 계획에 못 미치는 결과다. 액수가 예상에 미치지 못한 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장기적이며 안정적인 제도로 착근시키려면 다각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경북도가 올 들어 9월까지 고향사랑기부제로 받은 총누적액은 3억9천만원. 첫해 모금 목표치로 잡았던 10억원과는 차이가 크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내 전체 분기별 모금 실적은 1분기 70억9천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세를 보인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니 국회도 18건의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해 방책을 마련하려 했다. 개중에는 법인·단체 기부 허용, 홍보 방식 확대 등 기부금 증액에 보다 현실적인 개선책도 들어 있다. 다만 전액 세액공제 한도 상향이 포함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 기부금 전액을 돌려받고 답례품도 받을 수 있는 상한선이 10만원에 불과한 탓이다.

시행 초기부터 제도 개선 요구는 넘쳤다. 기부 주체를 넓히고, 세액공제 한도를 완화하고, 답례품도 공산품으로 확대하자는 요청이 컸다. 고향 사랑을 공유할 수 있는 향우회나 동창회 등의 모임에서 기부 권유와 독려를 할 수 없게 한 것도 상식과 거리가 멀었다. 특히 전액 세액공제 등 파격적인 혜택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고향세 활성화 단계에 있는 일본처럼 각종 한도를 완화하고 민간과 협력하는 방식 등을 전향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계연도를 지켜야 하는 예산 사업과 달리 기한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한 액수를 모아 적재적소에 쓰겠다던 청사진은 빛이 바랬다. 그러나 어떤 제도든 안착하기까지 시행착오를 겪고, 시일도 걸리기 마련이다. 도입 취지가 지역 살리기라는 대의를 품은 만큼 시행 1년을 앞두고 받아든 성적표를 중간 점검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