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손길 절실하지만 세 딸과 연락 안되고 넷째 아들만 간신히 들러
35년 넘은 집 곳곳 곰팡이…화장실 없어 요강으로 대소변 해결
백내장으로 시력 잃고 복통 호소에도 인지능력 없어 진단도 못 해
"까르륵, 까르륵."
울창한 아파트 숲을 지날 때면 언제나 아이들 웃음소리가 난다. 윤선웅(가명·62) 씨는 폐지를 잔뜩 실은 수레를 잠시 멈춰 세운다. 뒤에서 뒤뚱뒤뚱 걸어오는 어머니를 기다리기 위해서다.
어머니가 도착할 동안 담장 너머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웃음소리를 감상한다. 어머니의 인기척이 느껴지면 그는 다시 수레를 끌고 횡단보도 없는 도로를 건넌다.
한번 더 어머니를 기다렸다가 비탈길을 올라 토끼굴 안으로 들어간다. 작은 언덕을 두 번 넘어야 세상과 단절된 그들만의 보금자리에 다다를 수 있다. 맞은편에 우뚝 선 아파트들만이 힘겹게 고개를 오르는 어머니와 아들을 내려다 본다.
◆아픈 남편과 오남매, 홀로 짊어진 어머니
남들은 아버지를 두고 '양반'이라 했다. 멋들어진 서체로 한시를 쓰고, 아는 것이 많은. 늘 겸손을 잃지 않는 진정한 선비였다고. 그런 아버지도 가난 앞에선 맥 없이 고꾸라지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윤기웅(가명·53) 씨의 기억 속 아버지는 진폐증으로 콜록거리는 병약한 모습만 남아 있다. 큰 돈을 벌겠다며 광부로 일하며 하루 종일 돌가루를 들이마시는 바람에 그리 됐다고 했다.
정작 살림은 어머니 손진래(가명·93) 씨의 몫이었다. 남의 논이고 밭이며, 공장이며, 품삯을 받는 일이면 가리지 않고 나섰다. 그렇게 번 삯으로 아픈 남편을 보살피고 5남매를 길렀다.
가난은 심신을 야위게 한다. 그래서 가난과 행복은 공존하기 어렵다. 실질적인 가장이었던 진래 씨는 양반가 며느리로서 책임감과 집안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더해 늘 정신적으로 내몰려 있었다.
그래서 늘 맏아들인 선웅 씨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선웅 씨의 정신은 세 살에 머물러있었다.
완전한 문장으로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고, 밭에서 수레를 미는 정도로 간단하고 반복적인 작업만 간신히 해냈다. 선웅 씨가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을때 진래 씨의 마음도 무너졌다.
"다시 아들을 낳아야 한다" 진래 씨 인생의 해묵은 과제였다. 간절히 바라며 낳은 둘째, 셋째 아이는 딸. 넷째 아이가 '다행히' 아들인 기웅 씨였다. 아들 한 명만 더 낳자는 마음에서 마흔이 넘은 나이에 출산을 강행했지만 막내는 딸이었다.
기웅 씨는 "어머니는 나에게 '몰빵'했다"고 회상했다. 진래 씨는 딸들을 낮에는 공장으로, 밤에는 야간고등학교로 보냈다. "어머니에 대한 누나들과 여동생의 원망이 컸을 거예요."
◆낡은 집에 남겨진 모자…시력마저 잃어가는 아들
진래 씨와 세 딸은 연락마저 끊긴 상태다. 기웅 씨라고 부모에 대한 불만과 원망이 없는 건 아니다. 다정하게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도 어머니와 형을 만나고 나면 냉혹하게 돌아서기 일쑤였다. 그래서 방황도 많이 했더랬다. 기웅 씨는 마흔 살이 넘어서야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
24년 전 폐암으로 남편을 떠나보낸 진래 씨는 낡은 주택에서 아들 선웅 씨와 단둘이 살고 있다. 35년이 넘은 집은 성한 곳 하나 없다. 모자가 지내는 방 천장엔 지난 여름 장마에 생긴 시커먼 곰팡이 자국이 아직도 남아있다.
집 뒤편에 있는 대나무들이 한꺼번에 기울어져 지붕을 덮는 바람에 물이 고이며 생긴 흔적이다. 바닥과 벽 곳곳에도 곰팡이가 피어있고, 주방 싱크대 등 가구에도 때가 잔뜩 끼여있다.
제대로 된 화장실이 없어 모자는 방 한편에 놓인 요강으로 대소변을 해결하고 있다. 금이 간 유리창은 테이프로 붙였고, 깨져 나간 부분은 종이 상자를 뜯어 간신히 가렸다.
성치 않은 건 집 뿐만이 아니다.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선웅 씨는 백내장으로 시력을 거의 잃은 상태다. 백내장 수술을 하고 싶어도 수술 이후 선웅 씨가 눈을 건드리지 않도록 돌봐줄 수 있는 보호자가 없다.
최근 들어 이유 없이 복통을 느낀 적도 많지만 본인 스스로 병원에 가야 한다고 자각하는 인지 능력이 없어 정확한 건강 진단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진래 씨 또한 전기요금이 20만원이 나올 정도로 방치하는 등 인지 기능이 많이 떨어졌다. 치아가 다 빠져 제대로 발음을 못하고 노환으로 청력을 거의 잃어 다른 사람들과 대화가 거의 어려운 상태다.
그나마 기웅 씨가 가끔 들러 먹을 걸 챙겨주지만, 화물차를 몰며 타지를 전전하느라 그마저도 한 달에 두세 번에 그친다. 기초생활수급비 등 매달 110만원 상당의 정부보조금과 장기요양서비스로는 '총체적 난국'인 이들에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오늘도 지린내가 진동하는 방 안에서, 낡은 이부자리에 누워 잠들 준비를 하는 어머니와 아들.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지만 서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순 없다. 단절된 두 사람의 머리 위를 곰팡이 자국만이 유령처럼 배회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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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모살이·보육원 거쳐 결혼 뒤엔 시동생한테 성관계 협박 시달렸던 최연희 씨에게 2,819만원 전달
식모살이·보육원 생활 등 어린 시절부터 갖은 고생하고 보육원 탈출 위해 결혼 택했으나 시동생의 성관계 협박으로 트라우마 안고 현재 독거 중인 최연희 씨(매일신문 10월 31일자 10면)에게 2천819만3천248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주)삼이시스템 10만원 ▷김미희 5만원 ▷나선희 3만3천원 ▷이명순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권오영 2만원 ▷신종욱 2만원 ▷이재숙 2만원 ▷남장호 1만원 ▷김주현 5천원 ▷이진기 5천원 ▷이장윤 2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려운 형편 속에 태권도 접고 동거했던 남성에게 감금·폭행, 원치 않던 임신까지 당한 이민정 씨에게 2,477만원 성금
가난한 형편 속 태권도 접고 동거했던 남성에게 감금·폭력 시달리고 원치 않은 임신까지 당해 얼굴 뼈 무너지고 치아 다 깨져 건강 상태 엉망인데 아들까지 홀로 키워야 하는 이민정(매일신문 11월 7일자 10면)에게 49개 단체, 177명의 독자가 2천477만8천531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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