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지도 다음으로 큰 스트레스는 '민원'
악성 민원에 교단이 멍들고 있다. 서울 서이초, 대전 용산초 등에서 근무하던 극단적 선택을 한 데 이어, 최근 의정부 호원초에서 담임을 맡던 고(故) 이영승 교사가 민원으로 인한 순직이 인정되면서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들의 고충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 수성구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얼마 전 발가락 깁스를 한 학생의 부모로부터 '학생 한 명을 정해 아이를 부축하도록 해 달라'는 민원을 받았다. 하지만 해당 학생은 비교적 잘 걷는 상태였고, 부축을 돕는 학생이 다칠 우려가 있어 어렵다는 점을 설명하자 학부모는 삿대질과 함께 "측은지심이 하나도 없다"며 A씨에게 고함을 질렀다.
A씨는 "교장까지 나서 다른 교사를 붙여주겠다고 설득한 끝에 겨우 돌려보낼 수 있었다"며 "충격으로 그 학생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며칠 병가를 냈고, 이후 이직을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떠올렸다.
민원으로 인해 교사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학생을 상대로 한 생활지도만큼이나 큰 압박감으로 작용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최근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 교직원 3만2천9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 '교직생활 중 가장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생활지도(46.5%) 다음으로 민원(32.3%)이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대구 응답자들에 한해서만 봤을 때도 생활지도(51.5%) 다음으로 민원(31.5%) 때문에 힘들어하는 교사들이 많았다.
교사들이 받는 민원 스트레스 정도를 묻는 질문엔 '심각하다'(매우 심각 79.8%, 심각 18.2%)고 응답한 교원이 전체 응답자의 98%에 달했다.
최근 정부는 지난 9월부터 학생 생활지도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담은 '생활지도 고시'를 시행했다. 이에 맞춰 대구시교육청도 올 연말까지 각급 학교의 '학생 생활규정'을 제·개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교직 사회에선 민원 종결권 등 학교가 자체적으로 악성 민원을 차단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보미 대구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학교 민원 문제의 핵심은 규정을 벗어나거나 무리한 요구를 담은 민원들을 1차적으로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있다"며 "민원들을 수합해 분류한 뒤 의미 있는 민원은 교사가 답변을 작성한 뒤 학교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답변을 하고, 비정상적이거나 너무 반복적으로 제기된 민원들은 종결 처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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