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가 국회 회의장 내 팻말 부착과 상대 당을 향한 고성·야유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에서 전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났다면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이를 설명하면서 "국회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고 했고, 홍 원내대표도 같은 내용을 민주당 국정감사 대책 회의에 보고하면서 "고성과 막말로 인해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면서 자성의 모습을 보였다.
국회는 입법을 통해 나라의 미래를 담보할 제도 설계를 해 나가야 하고 나라 살림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쉼 없이 일해도 할 일이 차고 넘칠 만큼 막대한 권한과 의무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국회는 함께 모여서 의논하고 결정하는 정치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고 국민의 복리를 외면한 채 정파적 이익만 앞세워 만나면 싸우는 모습만 만들어 왔다. 팻말과 고성·야유의 일상화는 대표적 장면이었다.
민주당이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차지한 21대 국회 들어 여야 대결 구도는 이전보다 더 심화해 그야말로 극단으로 치달았다. 다수당 민주당은 소수에 대한 존중이라는 민주주의 원리를 망각한 채 다수결 만능주의를 통해 전체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하는 등 상대 당을 철저히 배제하는 국회 운영 방침을 고수했다. 결국 의석 숫자에 밀린 정당은 고성 지르기가 아니면 견제 도구를 갖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국회의 대결 국면은 심화했다.
여야 원내대표의 이번 합의는 싸움질만 하는 국회를 질타해 온 국민 목소리에 대한 반성적 응답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이라는 주권자 심판의 시기가 닥쳐 오자 여야 모두 변화와 쇄신의 몸짓을 보이려는 시도를 나타낸 것이다. 여야 합의로 나온 이 약속이 지속가능한 것이 되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여야가 공천 단계에서부터 민주주의자를 뽑아야 한다. 법치주의를 배신한 범법 경력자가 정당 지도자로 올라서고 그의 맹종자들만 자리를 차지하는 국회라면 야유와 고성의 투쟁 정치는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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