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의 델리대학교 부총장인 요게쉬 싱이 경북도청을 방문했다. 요게쉬 싱 부총장은 이철우 경북지사의 한국과 인도 간 인재 교류 요청에 따라 1박 2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아온 것이었다. 인도에서는 대학 총장이 명예직일 뿐, 실질적인 행정권은 부총장이 갖고 있다.
더군다나 델리대학교의 부총장은 인도 상의원 의장직까지 겸임하고 있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만큼 이번 델리대학교 부총장의 한국방문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요게쉬 싱 부총장의 경상북도 방문 목적은 두 가지로 첫째, 델리대학교 한국어 교육의 확대를 위한 경북도의 지원 모색. 둘째, 경북지역 여러 대학과의 교류를 통한 우수한 인도학생의 유학방안 탐색이다.
◆인도에 부는 한류 열풍
델리대학교는 인도 내에서 총 91개의 칼리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모든 칼리지는 학부 및 석사 과정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91개의 칼리지에 등록된 학생 수가 60만 명 이상으로, 델리대학교는 인도에서 학생 수가 가장 많은 대표적인 대학교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수도 뉴델리에만 네 개의 델리대학교의 캠퍼스가 있다.
인도는 최근에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아시아의 어느 나라보다도 높아지는 만큼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학습열 또한 강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한국어와 문화를 소개하는 곳은 매우 적다. 한국문화원과 몇몇 대학의 한국어학과 등이 있기는 하지만 그 수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사실상 10년 전만 해도 인도에서 한류의 열풍을 찾기가 어려웠다. 인도는 그동안 자신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 때문에 할리우드 문화에도 그다지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BTS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음에 따라 자부심이 센 인도의 발리우드 영화배우들까지 한국의 영화와 음악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는 발리우드 문화에만 익숙한 인도 일반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게 되어 마침내 한류 열풍이 모든 인도인들의 삶에 스며들었다.
이러한 한류 열풍 덕분에 작년, 인도의 명문대학교인 네루대학교의 한국어학과의 입시 경쟁률이 3천 300대 1을 기록했다. 델리대학교 경우, 네루대학교와는 달리 그동안 한국어를 어학당 방식으로 운영하며 가르쳐왔으나 최근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이 많아졌기 때문에 칼리지에서 학부 및 석사 과정을 개설하려고 하고 있다. 이번 요게쉬 싱 부총장의 경상북도 방문에는 이처럼 인도 내 한류열풍에 힘입은 한국어 수요 급증이라는 상황이 일차적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이처럼 인도에서는 한류 열풍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인도인들은 많아졌으나 교육기관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거기에다가 인도의 급격한 인구 증가 때문에 학생들은 대학 입학을 위해 예전보다 더욱더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예컨대 델리대학교의 칼리지에 입학하려면 수능시험 중에 만점이 한 과목이라도 있어야 입학의 꿈이라도 꿀 수 있을 정도이다. 학생들의 입학 문제를 해결하고자 인도정부는 2020년에 교육정책을 개편하여 매주 하나씩 새로운 대학교를 설립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인구 수와 비교하면 교육기관의 수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이 해외로 유학을 가야만 하는 것이 인도 교육의 현실이다. 인도 외교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도 해외로 유학 간 인도학생은 75만 명이나 된다. 현재 미국(약 21만 명), 영국(약 4만 명), 호주(약 10만 명), 캐나다(약 23만 명) 등에서 인도 유학생의 수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즉, 인도인 유학생의 수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것이다. 델리대학교 부총장인 요게쉬 싱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대학 수의 문제 해결방안으로 인도인 학생들을 한국으로 보내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한국대학에 인도학생을 양성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이는 한국대학들에도 큰 도움이 되는 일이다.
한국은 낮은 출산율을 지닌 고령화 사회여서 한국 대학들, 특히 비수도권의 대학들은 존립에 극심한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교육부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전국 대학의 입학 모집 인원이 약 49만 명이었던 것에 비해, 고3을 졸업생 수가 47만여 명으로 수험생이 2만 명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곧 다가올 2024년에는 전문대 포함, 대학의 모집 정원이 약 51만 명이지만, 2023년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수가 40만 명에도 넘지 못해 대학 입학자원이 11만여 명이나 부족한 실정이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말이 눈앞의 현실로서 다가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대학입학자원 부족 문제의 해결에, 외국인 유학생의 유치는 유일한 방안일 수밖에 없다. 사실상 한국에서는 몇몇 학교들이 외국인 전용 캠퍼스를 만들어 외국인 학생 유치에 힘을 써오고 있다. 심지어 중국이나, 동남아 여러 국가의 현지 고등학교에 가서 한국 유학을 권하기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대학의 문제는 입학자원, 즉 신입생 수의 부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국가 경쟁력 순위보다 교육 경쟁력이 선진국보다 떨어진다는 분석이 계속해서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대학 국제화의 부족함으로 인해 학술연구의 실적, 그리고 노벨상과 필즈상 수상의 면에서 한국 대학이 보여준 성과가 미약한 편이다.
◆존립이 위태로운 한국 대학, 인도학생 유치가 해답
이처럼 존립이 위태로운 한국 대학의 문제점 해결에 인도학생 유치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를 네 가지로 정리해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한국에 대한 인도인의 호감도가 아시아에서 가장 높아서 인도인 학생을 유치하는 데에 어려움이 크게 없다. 둘째, 외국인 학생이 한국 대학에 입학하려면 고액(高額)의 재산 증명을 보여주어야 한다.
인도는 세계경제력 5위이며, 인구 증가 중인 나라이기 때문에 부유한 인도 학생의 유치에 역시 어려움이 적을 것이다. 셋째,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선진국에 유학을 가는 인도인들이 많아 '유학생 수출 1위'의 국가라는 평가까지 있다.
그러나 법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한국대학이 유치한 인도인 학생 수는 2천 500명에 불과하다. 넷째, 선진국에 유학을 간 인도인 학생들은 특히 이공계 분야의 인재로 양성되어 구미권 나라에서 큰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인재로 양성되기가 쉬운 인도인 학생을 유치한다면 한국 대학의 경쟁률을 높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대학의 국제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필요성 때문인지 지난 5월, 경북도지사는 인도를 방문하여 지역대학 위기 극복과 4차 산업혁명 시대 지역혁신 성장을 주도를 위해, 인도의 학생, 특히 우수한 IT 분야 우수 인도학생 유치에 직접 나섰다. 경북도청은 훗날 한국에서 양성된 인도학생들을 경북 지역의 기업에 취업시키는 방식을 통해 지역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소위 '인재의 힘으로 새로운 지방 시대'라는 계획을 추진하려고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서 경북형 초청장학생제도(Regional Global Korea Scholarship)와 거주 비자(F-2)를 빠르고 간소하게 받을 수 있는 지역특화형 비자 도입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인도학생 유치가 경상북도 미래의 중요한 사안이 되는 것이다. 이번 델리대학교 부총장의 한국행은 한국과 인도가 50년간의 정치적인 수교 관계를 넘어 교육 면에서도 상생의 관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칸 앞잘 아흐메드(영남대 박정희새마을연구원 연구교수 khanafzal@y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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