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 충격… 캠코 인수 저축은행권 채권 규모 급증

입력 2023-10-10 10:09:18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 자료
올해 1~8월 캠코가 사들인 저축은행권 무담보 채권액 2천786억원
지난 2020년 430억원→2021년 670억원→지난해 2천18억원 급증

'2금융권'으로 불리는 비(非)은행 금융기관(저축은행·상호금융·보험사·여신전문금융사 등)을 중심으로 기업 대출의 연체율까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지난해 4분기 기준 2.24%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1.81%)보다 0.43%포인트(p) 뛰었고, 2016년 1분기(2.44%) 이후 6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사진은 1일 서울의 한 저축은행 간판. 연합뉴스

고금리·고물가 충격으로 저축은행권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 넘긴 부실채권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이 캠코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캠코가 올해 1~8월 저축은행권에서 사들인 무담보 채권액은 2천786억원으로 집계됐다. 캠코는 금융회사가 보유한 취약가계 부실채권 등을 사들여 금융시장 건전성 제고를 지원한다.

저축은행에서 인수한 무담보 채권액은 지난 2020년 430억원 규모에서 2021년 670억원, 지난해 2천18억원으로 해마다 급증 추세다. 올해 8월까지 집계된 규모는 이미 작년 인수액을 뛰어넘어 수년 내 최고액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업권까지 포함한 전체 무담보 채권 인수 규모가 지난 2021년 코로나19 사태로 폭증했다가 이후 안정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캠코가 저축은행권과 1금융권, 공공기관(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등에서 매입한 전체 무담보 채권액은 2021년 5조원대로 뛰었다가 지난해 2조7천773억원으로 줄었다.

보험업, 여신전문업, 상호금융업, 대부업권에서 사들인 무담보 채권액도 2021년 3조3천165억원까지 늘었다가 작년에는 4천940억원, 올해 들어서는 지난 8월 말 기준 1천855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이 맞물려 다중채무자, 저신용자가 많은 2금융권 이용자의 부실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 79곳의 연체율은 5.33%로 작년 말(3.41%)보다 1.92%포인트(p) 상승했다.

양정숙 의원은 "저축은행권과 보험업, 여신전문업, 상호금융업, 대부업권에서 부실 채권이 급증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서민층의 경제 상황이 벼랑 끝에 몰려있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