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자신이 19대 총선부터 내리 3선을 한 부산 해운대구갑이 아니라 서울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집권 여당의 책임정치 회복과 총선 승리의 밀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영남을 지역구로 둔 3선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이른바 '험지'로 통하는 서울 출마를 선언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가 어떤 이유에서 그런 결심을 했든, 양지만 찾아다니며 국회의원 배지에만 몰두하는 대구경북 및 부산경남 중진들에게 훌륭한 본보기임에 틀림없다.
2020년 총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중진 의원들과 스타 정치인들은 양지 출마를 고집했다.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는 큰 역할을 수행하라는 여론이 비등했음에도 양지 출마를 고집함으로써 서울·경기의 각 지역구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배가 잇따랐고, 결과는 미래통합당 대패였다. 2016년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전신이었던 새누리당의 압도적 승리가 전망됐지만 친박 공천 갈등이 '옥새 들고 나르샤' 사태로 번지면서 대패로 끝났다. 20대 총선 패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21대 총선 패배는 현재 야당의 끝없는 발목 잡기와 사법 시스템 마비로 이어졌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레임덕'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은 자유 민주주의, 사법 정의, 각종 개혁을 말로만 외쳐서는 안 된다. 지명도가 높은 후보들은 모두 격전지에 출마해야 한다. 간판 정치인들이 안방 지역구에 눌러앉는 것은 자기 기득권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저버리는 행위나 다름없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친명이니 반명이니 구별해 민주당을 사당(私黨)으로 만들 궁리를 하지 말고, 혁신과 구태로 국민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각각 영남과 호남을 신인에게 맡겨 두고, 당의 얼굴인 중진들은 서울·경기에서 진검승부를 펼쳐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진정 어느 길로 가기를 바라는지 국민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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