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민지(MZ)] 힙한 1020대 다 모여라! 세기말 감성 담은 '영원미학'

입력 2023-10-06 17:30:00 수정 2023-10-06 19:58:22

필름카메라·수화기·LP판…레트로한 소품 보는 재미 가득
알록달록한 색감·아기자기한 디저트로 mz세대 취향 저격

영원미학 곳곳에는 빈티지한 공간들이 있다. 이곳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포토존이다. 영원미학 제공
영원미학 곳곳에는 빈티지한 공간들이 있다. 이곳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포토존이다. 영원미학 제공

지난 추석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코로나로 보지 못했던 친척 동생들도 오랜만에 만났다. 고등학생인 사촌 동생은 가방 액세서리로 무선호출기인 삐삐를 달고 왔다. 대학생인 사촌 동생은 층을 많이 낸 레이어드 머리에 통 넓은 바지, 딱 달라붙는 짧은 티셔츠를 입었다. 작은삼촌은 아이들을 보고 "니들은 왜 우리 어릴 때하던 모습 그대로고. 이게 또 유행하는갑지"라며 웃었다. 아이들은 "요즘 제 또래들은 다들 이렇게 다녀요"라고 답했다.

MZ세대 사이에서 뉴트로(신복고)가 유행이다. 길거리에 나가면 10, 20대로 보이는 많은 여성이 크롭 티셔츠를 입고, 귀여운 키링을 가방에 달고 다닌다. 그들은 화질이 선명하지는 않지만, 아날로그 감성이 담긴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카페도 이 같은 유행을 피할 순 없는 것일까. 옛 느낌을 인테리어로 담아낸 카페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구에도 MZ세대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복고풍 카페가 있다.

◆ 옛 감성 한 스푼 담은 '힙(Hip)'한 카페

영원미학은 예스러운 가구와 오래된 소품을 활용해 카페 인테리어 했다. 홍수현 기자
영원미학은 예스러운 가구와 오래된 소품을 활용해 카페 인테리어 했다. 홍수현 기자

교동에 위치한 영원미학은 1990년대 다방을 연상하게 하는 독특한 실내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원미학 4층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예스러운 벽걸이 장식. 그 뒤로 보이는 투박한 흑색 테이블과 크고 푹신한 호피 무늬 사각 의자는 옛날 다방을 떠오르게 한다.

오래된 가구와 소품을 활용한 영원미학은 1990년대 다방을 떠올리게 한다. 영원미학 제공
오래된 가구와 소품을 활용한 영원미학은 1990년대 다방을 떠올리게 한다. 영원미학 제공

가구뿐만 아니다. 영원미학은 소품, 인테리어 하나하나가 1990년대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과거에 인기 있었을 법한 화려한 무늬 커튼, 클래식한 필름 카메라, 다이얼 수화기, 음악 카세트테이프. 심지어 가수 소방차 LP판까지 있다.

옛 감성을 고스란히 잘 살린 것을 보아하니 대표가 분명 50대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20대 젊은 사장이었다. 엔틱한 것을 좋아한다는 전아영(27) 대표는 "어릴 적 갔던 한국 경양식 돈가스집, 텔레비전에서 본 일본 옛날 다방이 제 취향이다. 대구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빈티지한 공간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영원미학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영원미학은 예스러운 가구와 오래된 소품을 활용했다. 홍수현 기자
영원미학은 예스러운 가구와 오래된 소품을 활용했다. 홍수현 기자

영원미학은 오래된 가구, 소품들로만 실내를 꾸몄지만, 촌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힙하다. 그 이유는 전 대표가 미대생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생 때 사진영상과 설치미술을 했다. 그래서 공간을 꾸미는 일에 익숙하다. 전 대표는 그때 했던 작업이 영원미학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전 대표만의 감성은 1020세대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는다. 손님도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이다. 이곳을 찾은 한우주(21) 씨는 "독특한 카페를 찾다가 오게 됐다. 벽에 태극기와 회사 사훈이 걸려있는데 너무 힙하고 귀엽다. 테이블 위에 어항 조명이 놓인 것도 색달랐다"고 했다. 전 대표는 이에 대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문화에 대한 새로움이 오히려 이 세대에게는 유니크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디저트

영원미학은 유니크하고 톡톡 튀는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음료, 디저트도 매력적이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아기자기한 모양인 디저트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영롱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밀크쉐이크(8천원), 젤리소다(8천500원), 크림소다(6천800원), 영원파르페(1만2천원)는 만화 속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색깔과 형태를 지녔다.

영원미학 음료 메뉴인 밀크쉐이크. 영원미학 제공
영원미학 음료 메뉴인 밀크쉐이크. 영원미학 제공

밀크쉐이크는 부드러운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신선한 우유를 섞어 만든 메뉴다. 밀크, 딸기, 커피, 흑당 네 가지 종류가 있으며, 맛에 따라 다른 토핑이 올라간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영원미학의 밀크쉐이크는 특별하다. 바로 귀여운 초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생일파티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촛불에 붙여진 불을 입으로 '후' 불며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영원미학 음료 메뉴인 젤리소다. 영원미학 제공
영원미학 음료 메뉴인 젤리소다. 영원미학 제공

알록달록한 색감의 젤리소다도 눈길을 끈다. 젤리소다에는 탄산수와 멜론, 딸기, 오렌지, 파워에이드 네 가지 맛 젤리가 들어간다. 초록, 빨강, 노랑, 파랑 등 다양한 색의 젤리 때문일까. 젤리소다는 색색의 보석들이 물속에 담겨있는 듯하다. 맛도 오묘하다. 한 모금 들이켜면 톡 쏘는 탄산과 함께 달콤 쫀득한 젤리가 씹힌다.

영원미학 음료 메뉴인 크림소다. 영원미학 제공
영원미학 음료 메뉴인 크림소다. 영원미학 제공

크림소다는 화려한 형광색 그 자체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크림소다에는 탄산과 멜론, 블루큐라소, 딸기, 복숭아 시럽이 들어간다. 그래서 초록, 파랑, 분홍색을 띤다. 화려한 색 음료 위에는 아이스크림과 체리 한 개가 올라간다. 독특한 색깔에 한번, 귀여운 데커레이션에 또 한 번 시선이 가는 메뉴다.

영원미학 디저트 메뉴인 영원파르페. 영원미학 제공
영원미학 디저트 메뉴인 영원파르페. 영원미학 제공

디저트 메뉴인 영원파르페에는 초콜릿 푸딩, 커스터드푸딩, 빵, 롤케이크, 생과일이 올라간다. '모형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쁜 플레이팅에 대접받는 기분이 절로 든다.

전 대표는 영원미학의 예쁜 디저트들 모두 만화에서 나왔다고 설명한다. 그는 "어릴 적 일본 만화를 즐겨 봤다. 만화 '짱구는 못말려'에서 짱구가 예쁘고 먹음직스러운 디저트를 먹는 장면이 있다. 저도 그런 것들을 구현해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영원미학이 유니크하고 예쁜 카페로 남는 것뿐만 아니라 안식처가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그는 "영원미학이 손님들 마음의 휴식처가 됐으면 좋겠다. 예전에 손님 한 분이 편지를 주셨는데 그 속에는 '영원에 있으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마음의 짐을 놓고 가는 기분이라 홀가분하다'고 적혀있었다. 찾으시는 모든 분들이 답답함과 걱정거리를 이곳에 두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