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GDP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 16.2%p…26개국 최고 증가폭

입력 2023-10-03 15:54:05 수정 2023-10-03 15:55:22

IMF 부채데이터 업데이트…기업부채 비중 147→173%, 증가폭 2위
정부 부채도 GDP의 54%…코로나19 시기 재정 확장 정책 여파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5년 전인 2017년(92.0%)보다 16.2%포인트 증가한 108.1%를 기록하며 민간 부채 데이터가 집계되는 26개국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기업부채 비율도 2017년 147.0%에서 지난해 173.6%로 26.6%포인트 증가했으며 정부 부채는 GDP 대비 54.3%를 기록하며 2017년 40.1%보다 14.2%포인트 증가했다. 사진은 3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대출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5년 전인 2017년(92.0%)보다 16.2%포인트 증가한 108.1%를 기록하며 민간 부채 데이터가 집계되는 26개국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기업부채 비율도 2017년 147.0%에서 지난해 173.6%로 26.6%포인트 증가했으며 정부 부채는 GDP 대비 54.3%를 기록하며 2017년 40.1%보다 14.2%포인트 증가했다. 사진은 3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대출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지난해 한국의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늘면서 비교 가능한 26개국 가운데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여기에 기업 부채까지 가파르게 늘면서 민간부문 부채가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업데이트한 '세계부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8.1%를 기록했다. 5년 전인 2017년(92.0%)보다는 16.2%포인트(p) 증가했다. IMF가 민간(가계·기업)부채 데이터를 집계하는 26개국 중 가장 큰 증가 폭이자 유일한 두자릿수 대 증가 폭이다.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은 부동산이 꼽힌다. 코로나19 시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는 '영끌족'이 늘어나면서 전체 가계 부채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기업부채도 가계부채 못지않게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한국의 GDP 대비 비금융 기업부채 비율은 2017년 147.0%에서 지난해 173.6%로 26.6%p 늘었다. 룩셈부르크(38.0%p)에 이어 두 번째 증가 폭이다. IMF가 집계한 한국의 기업부채는 2017년 147.0%로 낮아졌다가 2018년 149.8%, 2019년 154.9%, 2020년 164.8%, 2021년 166.8% 등으로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급증하면서 GDP 대비 민간부채(가계+기업) 비율 역시 초고속으로 상승했다. 한국의 민간부채의 비율은 2017년 238.9%에서 지난해 281.7%로 42.8%p 상승했다. 역시 데이터 확인이 가능한 26개국 중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 한국의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은 전체 11위였지만, 가파른 상승세로 매년 순위를 끌어올리면서 지난해에는 전체 2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정부 부채도 늘고 있다. 한국경제 3대 주체 모두 리스크 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 정부 부채는 GDP 대비 54.3%를 기록했다. 지난 2017년(40.1%)보다 14.2%p 증가했다. 코로나19 시기 등에 대응하려고 재정을 확장한 결과다. 절대 비율로는 일본(261.3%), 이탈리아(144.4%), 미국(121.4%), 프랑스(111.7%), 캐나다(106.6%) 등 주요 7개국(G7) 국가와 비교했을 때는 낮은 수준이다.

다만 한국은 기축통화 보유국이 아니어서 이들과 단순 비교가 어렵고, 한국 정부 부채의 대외 채무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경고음은 국내에서도 나왔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명목 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추정치)은 225.7%로 집계(관련 기사 가계·기업 빚, GDP의 2.26배…한국은행 "더 커질 가능성")됐다. 2분기 가계신용 비율(101.7%)은 선진국(1분기 말 73.4%)과 신흥국(48.4%) 평균을 크게 웃돌고, 기업신용 비율(101.5%)도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확대와 코로나19 금융지원 등의 영향으로 외환위기(113.6%)나 글로벌 금융위기(99.6%) 당시 수준을 넘어섰다.

가계 빚은 정책 대응이 없으면 2년 내 2천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됐으며 7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만성 한계기업'이 903개나 되고, 이들 기업이 진 빚만 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