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정민 기자의 '니하오, 항저우'] 명절과 함께하는 아시안게임…중국 현지의 연휴 풍경

입력 2023-09-30 15:52:39 수정 2023-09-30 18:09:05

29일 중국의 추석인 중추절, 10월 1일은 국경절
올해 국경절 연휴는 6일, 경기장 찾는 인파 늘 듯

연휴 기간 관중들이 가득 모인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 풍경. 채정민 기자
연휴 기간 관중들이 가득 모인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 풍경. 채정민 기자

중구 항저우에 사는 리슌 씨는 중추절 이튿날인 30일 오전 아내, 7살 난 외동아들과 함께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을 찾았다. 연휴를 즐길 겸 한국과 일본의 남자 농구 경기를 보려고 나선 길이었다. 이날 저녁 열릴 중국과 홍콩 경기는 집에서 챙겨볼 생각이라 했다.

그는 "나는 여기가 고향이라 상관 없지만 주변에선 고향에 간다고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국은 땅이 넓어 고향이 멀면 가기 쉽지 않다"며 "교통편도 구하기 힘들고 사람도 많이 몰린다. 그 때문에 일부는 고향에 가는 대신 집에 남아 아시안게임을 즐긴다"고 했다.

한국인에겐 추석(이번엔 9월 29일)이 설날과 함께 가장 큰 명절이다. 고향을 찾거나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일부는 연휴를 활용해 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아시안게임 기간과 명절 연휴가 겹친 중국 항저우에서도 다양하게 명절을 즐기는 풍경이 보인다.

중국 항저우의 한 커피 브랜드 전문점에서 맛본 월병. 이 브랜드가 중국의 중추절을 맞아 특별 제작한 월병이라는 게 점원의 설명이다. 채정민 기자
중국 항저우의 한 커피 브랜드 전문점에서 맛본 월병. 이 브랜드가 중국의 중추절을 맞아 특별 제작한 월병이라는 게 점원의 설명이다. 채정민 기자

중국도 추석을 쇤다. 음력 8월 15일을 중추절이라 부르는데 춘절, 청명절, 단오절과 함께 중국 4대 전통 명절 중 하나라 한다. 불꽃놀이 등 다양한 축제를 벌이고 중국판 송편이라 할 수 있는 월병도 먹는다.

월병은 이름과 둥근 모양에서 알 수 있듯이 하늘의 둥근 달 모습을 본떠 만든 것이다. 월병은 중추절 외에 뇌물을 상징하기도 한다. 한국의 사과박스처럼. 영화 '신세계'에서 정청(황정민 역)이 강과장(최민식 역)에게 건넨 월병 속엔 지폐 뭉치가 들어 있었다. 우리로 치면 송편 속에 소 대신 돈을 넣은 셈이다. 시진핑 정부 아래서도 월병을 뇌물로 활용, 문제가 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월병은 부(富)를 상징하기도 한다. 펄 벅의 소설 '대지'에서 주인공 왕룽도 형편이 펴자 월병을 만들기 시작한다. 부유층을 겨냥해 샥스핀, 송로버섯 등을 넣은 초호화 월병도 인기란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 시진핑 정부가 값비싼 원료가 든 월병을 못 만들게 금지했다. 사치와 낭비를 없애겠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한 여행 사이트에서 찾아 본 항저우-상하이 간 29일 열차편. 매진된 게 많았다. 채정민 기자
국내 한 여행 사이트에서 찾아 본 항저우-상하이 간 29일 열차편. 매진된 게 많았다. 채정민 기자

사실 중국인들에겐 중추절보다 10월 1일 국경절(건국기념일)이 더 큰 명절이다. 춘절과 함께 국경절이 2대 명절로 꼽힌다. 올해는 9월 29일부터 10월 6일까지 8일 간 쉰다. 중국 여행연구원에 따르면 이 기간 하루 평균 1억명 이상이 귀성 또는 여행에 나설 거라고 한다.

연휴 기간 아시안게임이 한창인 항저우를 찾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국내 한 여행 사이트를 통해 찾아보니 항저우와 상하이를 오가는 열차 편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농구, 탁구 등도 펼쳐지는 데다 이변 없이 중국이 종합 1위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유 있게 경기를 즐길 수 있어 더욱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경기장을 향하는 듯하다. 현지 자원봉사자들에게 물어봐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29일 오전 8시 30분 취재진이 묵고 있는 중국 항저우 샤오산구 진마 팰리스 호텔 앞 풍경. 채정민 기자
29일 오전 8시 30분 취재진이 묵고 있는 중국 항저우 샤오산구 진마 팰리스 호텔 앞 풍경. 채정민 기자

29일 오전 8시 30분, 취재진이 묵고 있는 항저우 샤오산구 진마 팰리스 호텔 앞은 한산했다. 금요일로 평일이어서 평소대로라면 출근하는 이들로 붐빌 텐데 지나가는 차량이 많지 않았다. 오토바이를 탄 이들로 북적이는 게 일상이라는데 들은 말과 다르다. 연휴 기간이라 그렇다는 게 호텔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고 보니 길거리는 한산한데 유독 경기장 주위는 사람들로 붐빈다. 연휴를 맞아 아시안게임을 즐기러 오는 인파란 뜻이다. 아시안게임은 8일 막을 내리는데 연휴는 6일까지다. 아시안게임 내내 각 경기장에선 중국을 응원하는 함성 '짜요(加油·힘내라)'가 크게 들릴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