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아시안게임 4강서 만나 패한 홍콩에 다시 고배
외국계 선수 앞세운 홍콩의 체격과 힘에 밀려 석패
한건규, "다음에 만나면 두 배로 갚아줄 것" 각오 다져
21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한 한국 남자 럭비 대표팀이 '외인 부대' 홍콩에 밀려 우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명근 감독이 이끄는 럭비 대표팀은 26일(한국 시간) 중국 항저우사범대 장첸캠퍼스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7인제 럭비(Rugby sevens) 결승전에 나섰으나 홍콩에 7대14로 패했다. 그래도 이번 은메달은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에 얻는 것이라 충분히 값졌다.
한국은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홍콩의 벽에 막혔다. 당시엔 준결승에서 홍콩에 7대19로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한 뒤 3위 결정전에서 스리랑카를 제치고 동메달을 수확했다. 이번엔 결승에서 다시 만난 홍콩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결승까지 승승장구했다. 준결승에선 홈팀 중국을 맞아 일방적인 응원 분위기 속에서도 36대7로 대승을 거둬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대회 아쉽게 결승 진출이 좌절된 걸 설욕할 기회였다. 준비도 나름 충실히 해 금메달이 멀지 않아 보였다.
대한럭비협회는 이번 대회를 위해 대표팀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아시안게임 선수단장이기도 한 최윤 대한럭비협회장이 애정과 관심을 쏟으며 럭비 관계자 간 협력 체계를 구축했고, 한국 럭비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대표 상비군을 신설했다. 전술 강화 훈련과 체력, 경기력 테스트도 꾸준히 진행해 전력을 강화했다.
이런 준비 과정 덕분에 결승엔 안착했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주장 MJ 우드워드를 비롯해 외국계 선수가 주축인 홍콩은 강했다. 홍콩은 초반부터 킥을 통해 전진하며 한국을 몰아붙였다. 결국 전반 막판 홍콩의 리 카토카도가 트라이에 성공한 뒤 러셀 엘리엇 웹의 컨버전킥을 더해 7점을 가져갔다.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허무하게 또 실점했다. 홍콩에 공을 빼앗겨 도허티 리암 마틴에게 트라이를 허용하는 등 0대14까지 밀렸다. 한국은 장용흥의 돌파로 트라이를 만들고, 김의태의 컨버전킥을 더해 7점을 만회했다. 공격의 고삐를 더 당겨보려 했지만 체격에서 우위를 가진 홍콩을 넘어서기엔 버거웠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경기 후 눈시울이 붉어진 채 인터뷰에 응한 한건규는 30대 중반의 베테랑.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만 3개라 마지막은 금메달로 마무리하고 싶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상대 반칙으로 득점이 제지되면 센터 트라이라고 해 득점이 인정된다. 그런데 왜 그 판정이 내려지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아쉬워했다.
한건규는 또 "결승만 올라가면 무조건 이기자고 선수들이 하나된 마음으로 얘기했고, 잘 준비했다. 아픈 와중에 마취제를 맞고 뛴 장흥용, 은퇴했다 돌아온 박완용 선수가 기억에 특히 남는다. 은메달도 큰 성과지만 많이 아쉽다"며 "지금 선수들의 연령대도 어리고, 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하다. 팬들이 많이 응원해주시면 더 열심히 준비해 홍콩을 다시 만나면 두 배로 갚아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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