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후 첫 명절…수산물 판매 큰 영향없어

입력 2023-09-28 06:30:00

제수용 수산물 가격 및 판매액 전년 추석과 비슷
‘선물·제수용품은 사가는데 횟집은 손님 줄어’ 상인들 한숨

포항 죽도어시장에서 손님들이 제수용 수산물을 사기 위해 가판을 둘러보고 있다. 신동우 기자
포항 죽도어시장에서 손님들이 제수용 수산물을 사기 위해 가판을 둘러보고 있다. 신동우 기자

26일 포항 죽도어시장. 추석 대목을 코 앞에 둔 이날 모처럼만에 북적이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알밤을 봉투에 담는 주인 옆으로 은근슬쩍 한 주먹을 더 담는 손님 모두 높아지는 언성과는 달리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하다.

생선을 사면서 가격 끝자락 천원 단위를 깎으려는 손님과 앓는 소리로 방어하는 상인과의 승강이가 정겹다.

생선 씻은 물을 피해 발을 디디려 해도 워낙 밀려드는 사람들로 걸음을 옮기기 쉽지 않다.

취재 중 만난 한 60대 상인은 "방사능 오염수 문제로 걱정했는데 다행히 제수용품이랑 선물용 건어물 등은 많이 사가신다"면서 "대신 워낙 물가가 높아져 시장을 찾는 손님들에 비해 정작 판매량은 별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고 첫 명절을 맞았지만, 우려했던 수산물 판매 위축은 다행히 크게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포항시 온라인쇼핑몰인 '포항마켓'의 추석맞이 이벤트 기간 수산물 매출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8월 15일~9월 2일)의 경우 판매 1천657건·매출액 2천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1천508건으로 판매는 다소 줄었지만, 매출액은 2천570만원으로 소폭 늘었다.

세부 항목별로는 지난해 ▷건오징어 1천만원 ▷해물탕 등 수산밀키트 700만원 ▷신선수산물 600만원 등의 매출액을 올렸으며, 올해는 ▷해물탕 등 수산밀키트 1천600만원 ▷액젓 등 700만원 ▷건오징어 210만원 ▷젓갈류 60만원 순으로 조사됐다.

포항마켓 참여업체가 지난해 42곳에서 올해 34곳으로 줄어든 점과 물가상승분 등을 감안하면 지난해와 올해의 판매 변화가 거의 보합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가격면에서는 경북의 대표 제수용품인 문어의 경우 생산량 부족을 이유로 한달여 전 1㎏당 6만원선이던 가격이 최근 8만원선까지 뛰었으며, 민어·조기는 1마리에 1만2천원~1만8천원 수준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천원 가량 상승했다.

이처럼 건어물과 제수용 수산물의 판매가 예년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어시장 상인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차갑기만 하다.

특히, 횟집 등 신선수산물의 판매가 예년같지 않아 추석 명절 후 어시장의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는 것이 상인들의 하소연이다.

포항죽도어시장상인회 관계자는 "예전같으면 타지에서 제수용품을 사러온 사람들이나 명절기간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온 사람들이 횟집 등에 많이 들렸는데 올해는 눈에 띄게 발걸음이 줄었다"면서 "건어물 골목 등에 사람들이 북쩍이지만, 바로 옆 횟집 골목에 손님들이 줄어든 모습을 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