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열·가네코 의사의 삶 접한 지 10분만에 '되겠다' 싶었죠"

입력 2023-09-23 22:31:20

뮤지컬 '22년 2개월' 작가·작곡가 다미로…7년 걸쳐 직접 작사·작곡
"독립운동가의 이야기 보며 '나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길"

가네코 후미코와 박열 의사. 박열의사기념관 제공
가네코 후미코와 박열 의사. 박열의사기념관 제공

"독립운동가들을 그린 벽화를 보는데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 두 분만 누구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업적과 이야기를 파고든 지 10분 만에 '작품이 되겠다'라고 생각했어요."

뮤지컬 작가 겸 작곡가 다미로(42)는 2016년 서울 종로구 '독립운동가의 길'에서 독립운동가 부부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의 이야기를 운명처럼 만났다.

당시 방송사 드라마 공모전을 준비하던 그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드라마를 쓰면서도 뮤지컬 악상을 떠올렸다. 본격적으로 뮤지컬 대본 집필과 작곡을 시작한 뒤에는 경북 문경에 위치한 박열의사기념관을 일주일 내내 찾아가기도 했다.

다미로 작가가 7년에 걸쳐 쏟아부은 노력은 지난 5일 뮤지컬 '22년 2개월'이 개막하며 결실을 봤다. 그는 그토록 무대에 오르길 바랐던 작품이 관객을 만나는 것을 보며 눈물을 쏟았다.

21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난 다미로 작가는 "제게는 아픈 손가락 같은 작품"이라며 "작년까지만 해도 '아무도 독립운동가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오래 준비한 작품이라 정이 많이 붙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작가와 작곡가를 동시에 맡다 보니 연습 과정 동안 업무량은 몇 배로 늘었다. 연습이 끝난 뒤에도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어 몸은 힘들었지만 늘 하고 싶은 이야기였기에 즐겁게 작업했다고 한다.

"대본을 두고 배우들의 의견이 다를 때 조율하는 게 일이었죠. 배우들을 일단 돌려보내면 또 배우 5명이 찾아오는 바람에 음악 이야기에 시달렸어요. 두 달 동안 연습실 붙박이로 지내야 했지만 모두가 도와주신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작품은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더해 박열과 가네코의 삶과 사랑을 낭만적으로 조명한다. 일본으로 향하는 배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이념을 공유하는 동지이자 평생의 연인으로 발전한다.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기보다는 두 사람이 끝없이 사랑한 청춘이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췄다. 다미로 작가는 독립운동가이자 연인인 두 사람을 어떻게 묘사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실제로 가네코가 박열에게 함께 살자는 말을 먼저 꺼낸다"며 "박열이 지은 한 편의 시에 반해 사랑을 고백하는 낭만적인 이야기에 끌렸다. 서로를 향한 사랑이 있었기에 시련과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봤다"고 밝혔다.

가네코 의사의 삶을 표현하는 과정에서는 나비의 이미지를 활용했다. 부모를 잃고 한국에 사는 고모에게 맡겨져 불우하게 살았던 가네코의 마음을 생각하다 나비를 떠올렸다고 한다.

다미로 작가는 "가네코라면 날아서라도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새를 생각하다 나비가 환경에 따라 색과 문양이 다르다는 내용을 접하고 나비의 이미지를 골랐다. 어느 환경이든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나비에 빗댔다"고 말했다.

간토대지진이 발생한 순간 박열과 가네코가 연인의 안부를 확인하는 데만 몰두한다는 비판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박열과 가네코 의사는 대지진이 일어난 뒤 일본의 행태를 보며 분노하기 시작했다"며 "기록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했을 때 두 사람은 몸을 숨기고 있었다. 지진이 당장 일어난 상황이라면 일단 주변 사람을 먼저 구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