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檢 공작수사에 날개 달아줄 것"...사실상 부결 요청

입력 2023-09-20 18:14:07 수정 2023-09-20 21:37:03

이재명 "명백한 정치보복이자 검찰권 남용…정치공작 위해 표결 강요"

지난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당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당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사실상 부결을 요청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거론하며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20일 개인 SNS를 통해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사실상 부결 투표를 요청했다.

최근 임박한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놓고 당내 여론이 가‧부결로 나뉜 가운데, 사실상 부결 투표를 공개 요구한 셈이다.

그는 "검찰 독재의 폭주 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세워달라"며 "가결하면 당 분열, 부결하면 방탄 프레임에 빠트리겠다는 꼼수다. 검찰의 영장 청구가 정당하지 않다면 삼권분립의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한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이 대표는 검찰에 비회기 영장청구를 일관되게 주장해 온 만큼 지금이라도 표결 없이 실질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이 대표의 메시지 공개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부결에 동의하는 입장을 올리면서 비명계 의원들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우원식 의원은 "이 대표의 생각은 8월 국회에서 비회기 기간을 두고, 체포영장을 기다린 것처럼 12월 정기국회가 끝나면 비회기 기간을 두어 영장 심사에 응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저는 이런 당 대표의 생각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던 이 대표가 국민을 속인 것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거짓말한 것 아니냐"며 "당당하게 걸어가겠다고 하지 않았었나, 거짓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대한민국 제1야당의 정치인이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이렇게 헌신짝처럼 버리는 모습은 더 이상 정치인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재명 대표가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전면에서 싸우겠다는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 단식을 시작했는데, 체포동의안 문제로 갈등이 커져서 이 대표의 단식 결과가 당내 갈등 분출로 끝나는 것은 최악일 것"이라고 설명했다.